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두부 Jun 06. 2021

엄지공주

서툴러도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종이에 오일파스텔, 과슈 2021




"우리는 모두 서툴러서 아름다운 동화가 된다"



비 내리는 어느 화요일 저녁, 창틀 위에 따뜻한 우유 잔을 올려놓고 

나는 비 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유를 거의 다 마셔갈 때쯤 아기 제비가 날아와 나에게 어느 이야기를 들려주고는 

빗방울들을 맞으며 다시 날아갔습니다.

그 제비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나에게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들어본 적 있는 이야기,

엄지공주 이야기랍니다.


하지만 당신과 내가 몰랐던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더군요. 

마침 우유를 다 마셨으니 제대로 연필을 잡고 이야기를 써내려 가볼까 합니다. 



{엄지공주와 파란 머리의 부인}

작은 아이를 원하던 부인을 기억하시나요? 그 부인은 덴마크의 어느 외딴 마을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마을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아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가족보다도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그 부인은 늘 혼자였습니다. 파란 머리에 파란 눈썹 푹 꺼진 눈과 벌어진 치아를 좋아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어요. 부인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좁고 낡은 자신의 집에서 맛있는 파이들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녀와 가깝게 지내기를 꺼려하면서도 그녀의 파이를 먹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며 부인의 파이를 사 갔어요. 부인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었기에 돈을 받지 않고 파이를 선물하려고도 했었지만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그녀의 그런 마음을 거절했죠. 그녀는 자신의 파이 덕분에 예쁜 옷도 살 수 있었고 부드러운 이불도 살 수 있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예쁜 옷을 입어도 부드러운 이불을 덮어도 외로운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죠.  맞아요,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줄 단 한 명의 친구를 간절히 원했고 요정의 도움으로 작은아이, 엄지공주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들뜬 마음에 엄지공주를 위해 진흙으로 만든 도자기에 깨끗한 물과 꽃을 띄워 엄지공주가 행복할 수 있도록 열심을 다했어요. 하지만 부인은 엄지공주도 자신의 모습을 싫어해서 자신의 곁을 떠날까 봐 몹시 불안해했어요. 그녀는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엄지공주를 지켜봤죠. 불안한 마음은 자꾸만 커져가 나중에는 파이를 만드는 일도 하지 않고 엄지공주를 바라보았어요. 엄지공주는 그런 부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에게 화를 내거나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느라 점점 앙상해져 가는 부인을 보고 엄지공주는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해 부인의 앙상한 손가락 위에 자신의 작은 손을 얹고 말했어요.  "나를 사랑해주고 내 곁에 항상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해 준 것도 다 부인 덕분이에요. 나는 부인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부인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부인은 이 큰 지구에서 하나뿐인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멋진 사람인 걸요. 다른 사람들이 부인과 가까이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고 슬퍼하지 말아요. 이제 내가 어디서든 부인을 위해 기도하고 부인을 생각할게요." 엄지공주의 말이 끝나자 부인은 아이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엄지공주는 눈물로 적셔진 부인의 손을 조용히 토닥여 주었습니다. 그 후 부인은 천천히 새로운 파이를 만들기 시작했고 엄지공주는 파이 만드는 것을 도와주곤 했습니다. 부인의 푸석하던 파란 머리는 윤기가 나기 시작했고 그녀가 환히 웃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엄지공주와 행복한 이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엄마 두꺼비가 몰래 데려간 게 아니냐고요? 맞아요. 하지만 엄지공주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엄지공주와 파란 머리의 부인은 새로 만든 블루베리 파이를 먹으며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어요. 엄지공주가 떠난 후 부인은 가끔 엄지공주의 빈자리가 허전하기도 울적하기도 했지만 엄지공주가 남기고 간 사랑을 기억하면 방금 나온 파이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답니다. 




{두꺼비 엄마와 들쥐 아주머니 그리고 두더지}


자, 이제 남겨진 그들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엄지공주를 데리고 온 엄마 두꺼비에게는 아들 두꺼비가 있었죠. 제비가 해준 말에 의하면 엄마 두꺼비는 아빠 두꺼비 없이 아들 두꺼비를 홀로 키웠다고 해요. 주변의 두꺼비들은 엄마 두꺼비를 칭찬하고 격려해주었지만 엄마 두꺼비는 밤마다 아빠가 없는 아들 두꺼비를 생각하며 매일 울었다고 해요. 모든 두꺼비들이 그 울음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요. 엄마 두꺼비는 불쌍한 아들에게는 아빠를 대신할 만큼 사랑이 가득한 며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엄지공주를 데리고 왔고 아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엄지공주와 결혼을 시키려고 했죠. 아들은 엄지공주가 마음에 들었지만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자신의 결혼식을 생각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결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엄지공주는 그들의 곁을 떠났고 아들 두꺼비는 슬퍼하는 엄마 두꺼비를 위로하며 말했어요. "엄마의 행복이 나라서 기뻐요. 하지만 저는 지금 이대로도 행복한걸요. 울지 마세요 엄마. 엄마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일상이 저에겐 가장 행복한 일이에요." 아들 두꺼비의 말을 들은 엄마 두꺼비는 자신과의 일상이 아들의 진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후  엄마 두꺼비는 이제 더 이상 울지 않았답니다. 대신 밤마다 행복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져 다른 두꺼비들도 그 노랫소리에 맞춰 같이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들쥐 아주머니와 두더지는 어떻게 되었느냐고요? 놀라지 마세요! 엄지공주가 행복해지는 길은 부자인 두더지와 결혼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던 들쥐 아주머니는 엄지공주가 떠나고 다음 해 봄 첫 꽃봉오리가 열리는 날 그 부자 두더지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해요. 제비가 이 이야기를 전해주며 제일 크게 웃었답니다. 들쥐 아주머니는 오랜 시간 아주 부지런히 일을 해오느라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했는지 몰랐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건지도 잘 알아채지 못했고요. 들쥐 아주머니는 그저 누군가를 도울 때,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제일 행복했데요.  그래서 엄지공주를 도와주고 엄지공주가 재밌는 이야기를 해줄 때가 정말 즐거웠다고 합니다. 엄지공주는 그런 들쥐 아주머니를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들쥐 아주머니가 두더지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들쥐 아주머니는 두더지를 좋아했지만 그 두더지마저도 엄지공주의 행복을 위해 양보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두더지는 그런 들쥐 아주머니에게 화가 났었다고 해요. 사실 두더지도 들쥐 아주머니를 좋아하고 있었거든요. 엄지공주도 그걸 알아챘고요. 그래서 엄지공주는 들쥐 아주머니와 두더지를 위해 빨갛고 노란 꽃다발을 만들어놓고 그들의 곁에서 떠났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때로 두려움을 만들어내기도 해서 애써 그 마음을 외면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들쥐 아주머니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서툴렀지만 결국 조금씩 진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아갔다고 해요. 그리고 들쥐 할머니가 되었을 때 그녀는 마을에서 제일가는 이야기꾼이 되었다고 하네요.


이제 여기서 이야기를 끝맺어야겠습니다. 당신은 서툰 사람인가요? 그렇다면 당신의 동화는 분명 아름다울 거예요. 만약 당신이 서툴지 않더라도 좋아요. 이미 당신은 아름답고 행복한 동화에 사랑스러움을 수놓을 완벽한 단 하나의 조각일 것입니다.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퍼즐 조각처럼 말입니다.

이만 여기서 연필을 내려놓아야 되겠네요. 이야기를 전해준 제비에게도 감사함을 전하며...









작가의 이전글 부스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