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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Oct 29. 2021

부서지는 가을

내내 생각했을까 아니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을까. 눈 씻고도 볼 수 없는 여름의 묵직함을 찾는 사람처럼 나는 생각했다.

꽤 오랫동안 이것에 대해 생각했다.

차가워진 욕실에서 샤워를 하다가도 가을바람에 옷깃을 여밀 때도 하루정도 지난 우유를 덤덤하게 먹을 때도 나는 이것에 대해 생각했다.

 한 계절에 영원히 머무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계절보다 변덕스러운 누군가의 마음에 꾸준히 물음표를 달았다.

물기를 잃어 찬바람에 온기를 뺏긴 건조한 가을 잎이 내 발에 바스락, 하고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는 물음표 대신에 온점을 둘 수 있었다. 왜인지 몰랐지만 왜인지 알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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