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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Jul 30. 2022

계절성 우울증, Winter blues

나를 더 보살피는 법: 여름 자아와 겨울 자아를 구분하기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는 김신회 작가의 "아무튼 여름"이다. "내가 그리워한 것은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라고 말하고 있는 그 책을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또한 여름 특유의 청량함 덕에 쾌활하고 긍정적인 상태로 그 계절을 보낸다.


후덥지근한 장마가 끝나고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카페로 와서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없어도 행복하다. 걸어오는 길에  보도블럭 사이를 비집고 나온 풀잎을 보며 행복했고 맛있는 쿠키를 먹고 있는 지금이 분에 넘치게 행복하다. 그런데 조금 어색하다. 겨울의 나도 이런 사소한 것에 행복했나? 글쎄, 곰곰히 생각해도 겨울 동안엔 그리 즐거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특히지난 겨울은 이유 없이 우울했었다.


여태 나는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나를 변덕이 많은 사람이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최근에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개념을 들었다.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더 많이 불리는 이 것은 생각보다 꽤 흔한 증상이었다. 특히 미국처럼 해가 짧은 지역으로 이주하는 일이 잦은 곳에서 자주 진단받는 증상이었다. 이 증상에 대한 해결책은, 1.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거나 2. Happy lamp(비타민D 램프)를 사거나(실제로 therapist가 이 램프를 사라고 처방해준다). 램프에 대한 근거는 과학적으로 판별나지 않았지만 효과는 실제로 있는 것으로 보아 세로토닌이라 불리는 행복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하도록 유도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증상을 알았을  나는 풀리지 않던 실마리를 풀어낸 기분이었다. 비로소 나는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나는 여름의 나와 겨울의 나를 구분하지 않았으니 나를 종잡을 수 없을만했다. 여름과 겨울이 다르다면 자연스레 나도 일관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나의 여름자아는 초록 샐러드를  좋아해서 매일 먹을 정도이지만 겨울의 나는  샐러드는 거의 손도 대지 않는다. 대신 구운야채를 좋아한다. 같은 맥락으로 여름의 나는 에너지가 넘치고 웃음이 많지만 겨울의 나는 생각이 많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의 나는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지만 겨울의 나는 안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평소 이런 나를 보며 스스로 참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샐러드를 좋아했다가 안 좋아하고 친구들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했다가 좋아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하다못해 고추지조림도 여름에는 마지막에 식초를 살짝 넣는 것이 상큼하게 입맛을 돋우는 반면 겨울에는 간단하게 물엿을 한 번 더 둘러 마무리하는 것이 달큰하게 먹기 좋은 법이다. 고추지마저 여름과 겨울이 다른데 왜 나만은 계절에 상관 없이 항상 똑같거나 똑같아야한다고 생각했을까?


1년 내내 똑같지 않아도 된다. 1년 내내 지속적으로 지킬 새해다짐 따위는 만들지 않아도 된다. 러닝을 1년 내내 하지 않았다고, 혹은 커피를 끊기로 해 놓고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몇 달 간이나 마셨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나는 겨울에는 차가운 공기가 싫어 러닝을 하지 않으니 이를 이해하면 된다. 또한 다른 계절은 다 참더라도 여름만은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인 것을 알고 받아들이면 된다. 일년의 7개월이 지나버린 지금, 나의 상태를 반영해서 올 해의 목표를 다시 조정했다.


내 여름은 즐겁지만 내 겨울은 즐겁지 못하다.

이를 인정하고 그대로의 나로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계절성 정동장애(계절성 우울증) Seasonal Affective Disorder (Seasonal depression)
계절성 정동장애(계절성 우울증)는 우울감이 생겼다가 좋아지는 양상이 특정 계절과 관련되는 경우를 말해요. 주로 햇빛이 적어지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증상이 나타났다가 봄이 되면 좋아지는 것을 매년 반복해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조금 더 많아요. 드물게 봄부터 여름까지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출처 세브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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