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팀에 와서 드디어 첫번째 임무가 나에게 주어졌다. 대시보드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 애널리스트분들께 요청드리는 일이었다. 단순한 작업이지만 첫 임무라 잘 하고 싶었다. 팀장님이 1-0-1 싱크로 나에게 백그라운드를 알려주었고, 백그라운드를 숙지한 나는 해당 일감을 요청하기 위해 Data Analyst를 미팅에 초대했다. 내가 회의를 리드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고, 나는 자신 있게 화면공유를 하고 술술 말을 했다. 1-pager를 펴놓고 나에게 필요한 요청사항을 쭉 읊고는 더 질문있어? 라고 물어봤다.
그러고는 정적.
정적을 참지 못한 팀장님이 중간에 개입해서 왜 이런 걸 요청하는 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얘기하였고, 그제서야 필요한 내용을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아차 싶었다, 나는 상대방은 당연히 배경을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배경을 모른다. 특히 이곳처럼 의사결정이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 생겨나는 곳에서는 더욱이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상대방이 알 거라고 가정하고, 상대방이 이미 아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본론부터 들어간다. 이미 회의할 때 백그라운드를 설명하지 않는 것은 습관이 되어버렸다. 상대가 아는 얘기를 한 번 더 하는 게 허술하게 느껴지는 탓이었다. '바쁜 사람들 붙잡고 다 아는 얘기를 뭐하러 하니?' 하는 눈빛들이 카메라 뒤로 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물론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현실은 상대가 이미 알든 모르든 백그라운드를 설명하는 것이 낫다.(정 불안하다면 이미 아는 얘기기라면 말씀주세요. 라고 한 마디 띄우고 시작하면 된다) 왜냐하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목표를 가져야만 빠르게 돌아갈 수 있고 더 나은 개선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다. 동기부여는 덤이다. PO의 힘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고, 내가 갖고 있는 백그라운드로 상대를 설득해서 같은 마음일 때만 함께 움직일 수 있다. 이 얘기는 이전 팀의 매니저도 나에게 해 준적이 있었다. 회의를 할 때는 상대방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it’s important that we’re all on the same page")
그러니 회의할 땐 백그라운드를 항상! customer job과 goal을 공유하고 얼라인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자. 요청을 할 때는 꼭꼭! 백그라운드를 얘기하자. PO의 힘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뒤늦게 올리는 지난 5월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