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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Jun 25. 2021

어떻게 일할 것인가

알랭 드 보통 - 일의 기쁨과 슬픔

 책에서 알랭  보통은 일이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주장을 고찰한다. 우리 주변 구석구석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줄줄 따라다니며, 그들 일상 관찰보고서를 내내 늘어놓고는 일이 삶에 가지는 의미를  장도  되는 감상으로 마무리했다(삶의 곳곳에   아닌 일로부터 삶의 의미를 얻는다는 그의 말을 뒤늦게 이해했다). 나는  책에서 그들 삶에서 일이 가지는 의미의 크기에 따라 사람들을  부류로 분류해 봤는데, 화가, 직업상담가, 송전탑기사( 의미)//회계사, 참치잡이배선장(작은 의미) 나뉘어 졌다.


나로 옮겨와 생각을 해 보자면, 나는 일의 의미를 최근 크게 느끼게 시작했다. 멋 모를 땐 돈을 벌 수단, 친구들과 비슷하게 살 수단, 남들에게 능력치를 증명할 수단으로서 일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유의미한(즉, 생산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내가 사회 구석에서 의미 있는 톱니바퀴로 움직이고 있다고 안도하며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단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후자의 모든 가치가 다른 수단으로 충족된다면 일 없이 살아도 될까 하고 생각해봤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금 내가 일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를 충족해 주는 것은 일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그런 것을 원래는 일이라고 불러야 하는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일”이라는 단어는 돈을 버는 수단을 의미할 뿐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지루하다고(진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디서 본 글인데, 너는 뭐하는 사람이야? 라고 물었을 때 우리는 대부분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야. 라고 직업을 말하는 반면, 누군가는 나는 어떤 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이런 취미를 하는 사람이야. 라고 한다고 했다. 후자는 전형적인 워라밸의 틀에 맞는 대답이다. 작년 한창 워라밸 열풍이 돌 때 우리의 꽉막힌 생각을 일깨워주는 것 같은 글이었다. 이 글에 따르면 적절히 워라밸을 지키는 자는 일 외의 것으로 본인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며, 일은 단순히 삶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 뿐 삶의 영역은 침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삶을 부양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일을 한다면, 우리 삶의 1/3은 너무나 긴 시간이 아닌가? 일하는 시간이 더 짧아지던지, 일하는 시간이 돈 버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지던지 둘 중 하나는 이루어 져야 어느 식으로든 말이 맞지 않나 싶다. 나는 지금은 일단 후자의 방식에 선다. 일은 이미 너무나 많은 나의 삶의 방식을 대변하고 또 나의 방식을 변하게 하기 때문이며, 업무에서 멋진 사람이 될 때 삶에서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변덕 많은 나라는 사람의 특성 상 이 마음은 곧 사그라 들 것이지만 일단 지금 내 삶에서 가장 큰 키워드가 일이 되었다.


 라이프스타일팀이 조사한 보고서 통계를 보니 2,30대는 대강 이 시기에 그런 때가 한 번쯤 오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그런가, 이 시기를 이미 지나쳤거나 영영 지나치지 않은 사람들, 혹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끝끝내 일하는 마음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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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1. (29page~30page) 배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그들은 늘 어떤 직업의 물질적인 혜택보다는 그 일 자체가 주는 재미를 더 높이 평가한다.


본인에게 지금 일은 어떤 수단인가요? 그 수단들이 다른 방식으로 주어진다면 일을 하지 않아도 좋은가요?


2. 본인이 지금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스스로 선택했나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싶나요?(뒷 장 참조)


3. 본인의 일하는 마음을 알려주세요. 일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생각, 감정, 느낌은 어떤 게 있나요?


4. (33page)일이 우리에게 사랑과 더불어 삶의 의미의 주요한 원천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그 특별한 주장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볼 생각이다.'


(371page)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정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희망을 투자할 수 있는 완벽한 거품은 제공해주었을 것이다. 우리의 가없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 가지 목표로 집중시켜줄 것이다. 우리에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놓아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 줄 것이다.


일이 본인 삶의 의미에 어떤 의미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나요? 이유는?


5. 얼마전 진행된 CES 2020에 따르면, [인류의 시간과 공간 효율성이 올라가면 삶의 만족도가 증가. 인류는 여가시간, 건강, 환경에 관심이 집중될 것(레저, 바이오, 헬스케어, 환경보호 등)]이라고 합니다. 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제 2의 일을 할 것 같나요? 혹은 어떤 여가를 즐기는 데 시간을 보낼 것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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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첨


적고 보니 어떤 일을 하고 싶냐보다 어떤 이가 우리를 발탁해서 어디로 보내느냐에 따라 직업이 결정되는 것이 대체적인 일이다. 구인보다 구직 수요가 한참 많기도 하고 우리 자체도 일을 해보지 않고서야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를 직업으로 정의하기도 하고 점점 직업과 닮아 가기도 한다. 직업이란 원래 그렇게 정착하는 것인가? 궁금해서 친구들에게 직업을 선택한 계기, 직업이 마음에 드는 지 등을 물어보거나 관찰했다. (순서: 생각나는 순)


[마케팅전략기획자] 그녀는 자동차회사의 마케팅전략기획자다. 여기저기 넣어 붙은 곳 중 가장기업가치가 큰 곳에 간 것이다. 업무적으로는 처음에는 CSR에 관심이 있었지만 기업에서 CSR이 얼마나 허상뿐인 일인지를 깨닫고 마케팅전략으로 업을 틀어 진행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 때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회계사를 생각했지만 도저히 고시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아 CSR로 관심을 틀었고 지금은 마케팅을 한다. 그녀는 매일 보고서질만 한다며 욕을 하지만 그녀의 일을 좋아하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보험회사 영업관리자] 그는 보험회사의 영업관리자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전형적인 평화주의자이다. 회사는 어디든 넣다 보니 은행, 보험 쪽에만 붙어서 결국 생명보험사의 영업관리자가 되었다. 그는 그의 업무가 시다바리일이라며 아주 지겨워하지만 나름대로 설계사분들을 넉살 좋게 잘 챙겨가며 일하고 있을 거라고 본다. 이직을 한대도 같은 업계로 간다고(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가 볼 때는 그는 너무나 은행상이고(은행상이라는 게 있다면), 남이 뽑아준 일이지만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백화점 영업관리자] 그녀는 내가 아는 가장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이다. 그녀의 고향은 경상도 어딘가인데, 일을 구할 때 다 필요 없고 고향에서 살 수 있는 곳만 지원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백화점 고향지점에서 일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입으로 욕하며 일은 본인이 다 쓸어가서 한다. 업무도 다양하게 해서 그냥 제너럴리스트다. 나는 그녀가 지방에서 일을 하는 게 너무나도 아까운데 그녀는 지금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다.


[회계사] 그녀는 돈을 많이 버는 일을 하고 싶었다. 평소 오래 공부하는 것에 자신이 있기도 했고 숫자에 자신이 있었던 그녀는 회계사를 준비했다.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을 공부한 끝에 얼마 전 회계사가 된 그녀는 한 달 만에 회의를 느낀다. "의사 미만 잡"이라며, 월급쟁이인 본인의 신세가 싫다고 했다. 즐길 새도 없이 주변에서는 돈을 모으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돈을 좇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그런 것일까?


[변호사] 그녀가 로스쿨에 간다고 했을 때, 그래 잘 어울린다. 라고 했다. 대학 시절 본전공인 경제 이외에. 수학, 통계, 불어 수업을 듣는 동시에 조교로 일하더니만 졸업 직후에 로스쿨에 진입했다. 전문직을 갖고 싶어서. 라고 했다. 이미 1학년에 가고 싶은 로펌에 붙은 그녀는 지금도 교내순위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전히 열심이다. 그녀는 그 곳의 사람들이 독하다고 했다. 나의 눈에는 그녀도 독한데, 그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독하고 또 사회적으로는 어린아이 같다고 한다. 에피소드를 듣고 있으면 항상 정치판이 생각난다. 곧 그녀가 일을 시작하면 그녀의 일에 만족할까?


[;서비스기획자] 나는  다양하게 관심이 많지만 모든 것이 얕다. 직업을 정할 때도 깊게 아는  없었다. 다만 라떼는말이라는 염불을 외는 자들의 비위를 맞출 자신이 없었고, 남들  아는 이름의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절충한  여자가 많고 자유로운 유통/패션 대기업 쪽으로 지원하자. 라는 것이었다. 참나 어이가 없지만   그랬다.  회사에서는 패션에 얕은 나를 알아챘는  IT부서로 보내 버렸고,  일이 나름 전망이 좋아 순응하며 다녔다. 일을 고를   자체가 좋아서 선택한  하나도 없다. 그냥 어쩌다 보니 지금  자리에 있을 . 지금  회사가 좋은 지는 모르겠지만  업은 좋다. 업을   하기 위해서 배우고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2020년 초 공드리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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