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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Jun 14. 2021

왜 당근마켓에서 옷은 잘 안 팔릴까?

옷이 오래도록 입혀지도록 도와주세요 당근마켓!

친구와 당근마켓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을 해봤다. 당근마켓은 가구, 인테리어 소품이 잘 팔리는 것에 비해 옷은 비교적 안 팔린다.


친구는 어려서부터 옷을 중고나라에 더미로 팔던 프로 판매자인데, (매너온도도 50도가 넘는다!) 당근마켓에서는 유독 옷만은 그렇게도 안 팔린다고 한다. 나만 해도 그렇다. 당근마켓에 옷을 무더기로 올렸지만 거의 1년 째 끌올만 하다가 두 개 제외 모두 아름다운 가게로 모조리 보냈다. 이후 당근마켓에 옷은 올리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폴로 니트와 랄프로렌 가디건 두 개는 팔렸다는 점이다. 상태는 다른 옷들이 더 좋았다(새거도 있었다). 하지만 오직 폴로와 랄프로렌만 팔렸다. 왜? 브랜드는 리스크를 줄여주니까. 옷을 안 보고 구매하는 행위는 리스크를 안는 행위이다.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은 직접 살 때나 중고로 살 때나 고려하는 정보가 비슷하다. 사이즈를 재고 뭐로 만들어졌는 지 본다. 그리고 사진을 보고 우리집과 잘 어울릴 지 판단한다. 이유는 그냥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옷은 내 몸에 "끼워 입어야" 한다. 때문에 옷을 사기가 이토록 까다롭고 힘들다.


 의류의 위험부담이  이유는 조금의 오차도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확신이 없을  구매하지 않는 경향이 옷에서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 특히 중고에서는 상품정보가 적고 환불이 어렵기 떄문에 위험부담이  배는  크다. 그래서 중고시장에서는 옷이  팔리지 않는다.


정보에 대한 확신은 새 상품을 파는 의류 커머스에서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문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직접 입어보지 않는 이상은 깔끔하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의류쇼핑몰에서도 리뷰나 모델컷, 상품정보 등 정보가 없으면 안 사게 된다. 브랜드에 대한 확신 혹은 옷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살까 고민이라도 한다.


브랜드에 대한 확신이 있는 소비자라면, 좋아하는 브랜드 신상품은 아묻따 구매한다. 이 브랜드라면 나를 멋지게 만들어줄 것임을 아니까.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이거나, 내가 이미 여러 번 경험해 본 터라 나에게 잘 맞는 옷이라는 것을 안다면 확신이 생긴다. 섬세한 소비자들은 보세의류도 제조사 택을 기억해 두었다가 찾아 구매한다.(제곱바지는 특히 유명하다) 특히 핏이 디테일하지 않은 옷들(허리나 어깨만 맞으면 되는 옷, 오버핏)은 더욱이 브랜드만 잘 맞으면 확신이 생긴다. 이런 맥락에서 당근마켓에서도 나이키, 폴로 등의 핏이 섬세하지 않고 브랜드파워가 강한 옷은 잘 팔릴 것이다.


반면 옷에 대한 확신이 있는 소비자라면 브랜드는 크게 상관 없다. 내가 어떤 옷이 맞을 지 너무나 잘 알고 있거나 옷을 너무 많이 사 본 나머지 옷만 봐도 핏이 대강 상상된다. 옷을 수 없이 경험하고 실패해 본 노련한 소비자는 상품 정보가 상세하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다. 이 소비자들은 옷 더미에서 보석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옷에 관심이 많은 내 지인들은 당근마켓에서 본인에게 찰떡같이 맞는 옷을 찾아내곤 한다. 저렴한 가격에 득템 + 버려질 물건을 구했다는 뿌듯함이 더해져서 제 값 주고 옷을 샀을 때보다 두 배는 기뻐하고 인스타그램에도 자랑한다.


여기서 중고마켓 판매자로서 할 수 있는 포인트는 두 번째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실 브랜드 있는 옷은 중고마켓에서도 잘 팔린다. 판매자가 열심히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수 많은 브랜드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한 소비자는 상품을 입었을 때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문제는 충분히 커뮤니케이션되지 않은 옷이다. 부족한 정보를 판매자가 직접 채워주지 않으면 구맨자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패션 커머스에서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행동을 한다.

직접 옷을 본 MD가 코멘트를 상세하게 쓴다.

사이즈를 가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비교, 추천)

직원이 직접 입어 본 사진과 후기를 남긴다.

구매자의 후기를 유용하게 쓰도록 유도한다.



이 중 당근마켓에서는 1번과 4번에 집중할 수 있다. 커머스의 상품리뷰에서 적용하는 방식을 당근마켓의 컨텐츠 방식에 차용하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컨텐츠를 작성하는 시점에 어떤 정보를 쓰면 좋을 지 적절하게 넛지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1. 유저가 어떤 정보를 적어야 할 지 알려줘서, 알찬 정보를 남기도록 한다

예) 지그재그 리뷰

 - 리뷰를 작성할 때 어떤 정보를 적어야할 지 질문을 통해 끊임 없이 제안해 준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자는 고민 없이 조금 더 알찬 정보를 적어낼 수 있다.



2. 유저가 알찬 사진을 찍도록 넛지한다

예) 네이버쇼핑 리뷰

어떤 사진을 올려주면 좋은 지 찝어서 알려준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잘 찍은 사진을 직접 보는 것만큼 상품을 알기 좋은 방법이 없다. 특히 착용샷과 소재를 찍도록 유도하면 좋을 것이다.


위의 리뷰들처럼 의류 판매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작은 넛지들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유저가 옷을 더 상세하게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상품리뷰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테크닉을 상품판매글에 적용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둘 다 목적은 다른 구매자에게 상품 상태를 알리고 구매하고싶도록 하는 것이니까.


나는 당근마켓에서 의류거래가 활성화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데님 한 벌을 만드는 데는 물 1만 리터가 들어간다. 물 1만리터라고 하면 도대체 얼마일까? 내가 10000일(27년) 동안 먹을 물이라는 어렴풋한 수치 외에는 가늠하기도 힘들다. 많은 자원을 이용해 만들어진 옷인만큼 한 번 만들어진 옷이 오래오래 입어지고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옷에게도, 우리에게도 보람찬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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