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타고 글 쓰고
2022년 2월 6일 쓴 글을 찾았다.
어쩌면 이 책이 내 무의식에 영향을 미쳐 하와이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한 지도 모른다.
나는 신변잡기적인 에세이가 좋다.
일상에서 겪는 작은 생각들만큼 나에게 와닿는 것이 없다.
나와 멀지 않은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일상들, 그리고 이에 대한 사소한 생각들.
나는 그냥 흘려보내는 상황에서 기록할 만한 구석을 찾아내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좋다.
이 책도 그랬다. 하와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조금 더 여유롭고 바다와 가까웠을 뿐.
특별할 것 없이 1년 10개월 동안의 시간 동안 겪은 일들을 그저 읊어주어서 좋다.
읽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고 평화로워지는 책이다
일상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왠지 이 책을 읽으니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나도 일상에서 문득문득 드는 생각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마음만 먹으면 하와이로 휘리릭 떠나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현실적인 인간인 나는 그들의 먹고사는 일에 대한 걱정이 떠나지 않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와닿았던 구절은 나이에 관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내 얼굴이 맘에 들지 않는 사진들을 붙여두기 싫었는데 이젠 아니다. 며칠만 지나면 젊어 보이기 때문이다. 고작 몇 달 전 우리인데도 젊다. 요즘은 며칠 전 사진만 봐도 오늘의 우리보다는 젊어 보인다.”
며칠만 지나도 나이가 드는 것을 체감하는 글쓴이의 말에서 조금 더 빨리 엉덩이를 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어쩌면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지 모른다.
이 책을 읽고 이우일작가의 파도수집노트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의 생각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