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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Jan 24. 2023

내가 다섯 번째로 좋아하는 영화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고


겨울만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는지? 나는 추운 겨울 이불속에서 생각나는 영화의  장면이 있다. 바로 이터널 선샤인  남녀 주인공이 빙판에 누워있는 장면이다.  영화의 포스터로도 유명한데,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호수 위에서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보는 신이다. 깨지기 직전의 빙판에 누워서 새까만 밤하늘을 바라보는 핑크베이지 패딩의 클레멘타인과 까만 비니를  조엘. 빙판의 위태롭고도 푸르스름한 분위기에 조명을 받은 클레멘타인의 소라빛 푸른 머리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밖에 없는  같은 고요함도.


내가 왜 이 영화를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면, 아늑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눈 내리는 싸늘한 겨울을 배경으로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클레멘타인과 조엘이 함께할 때만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들이 함께하는 집에서도, 조엘의 어릴 적 기억에서도. 둘이 누워있는 침대 속은 창 밖에 눈이 쌓여있기에 오히려 포근하다.


이터널 선샤인이 주는 즐거움을 꽤나 커서 내 마음속 영화 중 다섯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십 년 남짓의 인생에서 보아 온 수많은 영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얘기다. 다섯 번째로 좋아한다는 말이 거창하지만, 내가 두 번 이상 본 영화들을 떠올려 한 줌의 영화를 추리고 그중 다시 본 횟수와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을 종합적용하여 매긴 순서다.


최애 영화 목록의 일 순위는 단연 노아바움백 감독의 결혼이야기이고, 그 뒤를 라라랜드, 비포선라이즈, 콜미바이유어네임, 이터널선샤인이 따른다. 자고로 영화란 영상미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나열해 보니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만들어진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 선택이 의식적인 것을 고려하면 영화는 본인의 취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나의 주 관심사를 알아차렸다. 내 관심사는 대게 사회의 큰 문제보다 개인의 감정과 문제에 집중되어 있는데, 최근에는 그중에서도 사랑이야기가 가장 관심이 있었다. 이렇게 영화로 역으로 내 관심사를 안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다.


일례로 과거 대학생 시절 나는 최애영화로 헝거게임을 꼽았었는데, 거기서 보여주는 사회의 문제의식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여동생을 구하고 난관을 극복해 내는 제니퍼로렌스의 영웅적인 행동에 관심이 있었다. 그때 당시 잠시 만나던 사람이 나에게 그런 영웅적인 여자캐릭터를 동경해서라는 식의 얘기를 해서 괜히 자존심 상하고 짜증 났던 기억이 있는데, 사실 되돌아보면 맞는 말이었다. 더 헬프의 엠마스톤에게도. 모아나, 센과 치히로의 모험 도 같은 맥락으로 좋아했다.


나이가 들고 관심사가 변함에 따라 좋아하는 영화들의 특징이 변화했다는 것이 재미있다. 당신들의 5번째로 좋아하는 영화가 뭔지도 궁금해!


1. 결혼이야기

2. 라라랜드

3. 비포선라이즈

4. 콜미바이유어네임

5. 이터널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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