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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Jul 01. 2023

#2. 와이키키 숙소 구하기

화창한 날씨 속 고가도로를 달리는 택시를 타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망고나무를 키우는 집들이 보이는 한적한 도로를 지나자 어느 새 고층빌딩이 즐비한 다운타운과 와이키키가 차례로 눈 앞에 펼쳐졌다. 숙소에 도착하자 비로소 이 곳 삶을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보다 숙소가 너무 좋았다. 와이키키에서 걸어서 10분, 집 바로 주변에는 유명한 우동집이 있었다. 방문을 열면 정면에 라나이(하와이에서는 테라스를 라나이라고 불렀다)가 있었고 그 밖으로는 멋진 운하가 펼쳐졌다. 라나이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을 먹는 우리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주방기구도 많았고 크기도 사진보다 훨씬 커서 두 개의 수퍼싱글 침대와 테이블이 있어도 그리 좁아보이지 않았다. 테이블도 앉아서 일을 하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내가 만약 하와이에 정착한다해도 짐을 놓고 살기에 충분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얼음정수기와 수영장, 헬스장, 사우나까지 공용시설로 갖추어진 호텔을 겸한 건물이었다. 거주자 등록절차가 까다로웠지만 이조차 삼엄한 경비의 일부분인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뿌듯한 마음에 주유소인형 춤을 췄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이키키의 숙소 컨디션은 악명이 높다. 좋은 위치의 숙소들은 하나같이 오래 전 하와이 관광지 개발 시절에 지어진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새로 지어진 깔끔한 숙소들은 위치가 아쉽다. 그 뿐인가, 하루에 $50의 리조트피 별도, 하루에 약 $30~50 주차비 별도 하면 하루에 숙소 30만원이 우습다. 뚜벅이인 나는 그나마 주차비는 아낄 수 있었지만 교통수단이 마땅찮은만큼 위치가 중요했다. 지내는 동안 바다를 가까이할 수 있는 위치에 살고 싶었다.


  출발하기 전 에어비앤비를 밤마다 주말마다 헤매었다. 와이키키에서 도보 10분 내외였으면 했고 한 달에 4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했다. 또한 혼자 있을 기간을 대비해서 경비가 좋았으면 했고 원격근무를 할 것이기 때문에 답답하지 않을 크기여야만 했다. 치안도 위치도 포기 못했기에 손품을 엄청나게 파는 수밖에 없었다. 에어비앤비 뿐만 아니라 여러 숙박 플랫폼, 크레이그리스트까지 둘러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곳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했고, 가격이 만족스러우면 컨디션이 성에 차지 않았다. 알리사, 데이비드 등 호스트들의 이름을 외울 지경이 된 후에야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


  마음을 정한 때 즈음부터 갑자기 환율이 올랐다. 1200대를 횡보하던 환율이 갑자기 1300원으로 치솟았고 환율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던 사이 그녀의 숙소는 예약되어버리고 말았다. 마음이 아팠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았지만 이미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놓치고 나자 그녀의 숙소는 더 깨끗하고 좋아보였다. 쓰린 마음이 눈이 빨개지도록 서치한 끝에 비슷한 컨디션에 더 비싼 숙소를 찾았다. 시간은 새벽 세 시였다. 내가 방문하는 기간에 라나이 공사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도박을 하기로 했다. 하와이의 느린 행정 상 왠지 공사가 미루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라나이 공사를 이유로, 또 리뷰가 없는 그 게시물에 완벽한 리뷰를 쓰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에게 10% 할인을 받아냈다. 얏호.


  그나마라도 한정된 예산에 마음에 드는 숙소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기간을 30일 이상으로 설정하면 조금 더 괜찮은 숙소가 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와이키키 중심 구역은 30일 이상만 에어비앤비를 할 수 있도록 호텔들이 주정부에 로비를 했다고 한다. 때문에 좋은 위치에는 에어비앤비가 드물었고 있어도 30일 이상만 가능했다. 어짜피 경비도 넉넉치 않았는데 그냥 하와이에 있는 동안 다른 섬은 가지 않고 오아후에서만 31일을 지내기로 했다. 한 달 간 지낼 숙소의 컨디션이 좋아서 너무 다행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도착했을 때 그 어디에도 라나이 공사에 대한 공지는 붙어있지 않았다. 역시나 밀린 것이 하와이가 하와이했다. 럭키 어스. 시작이 좋다!


숙소가 위치한 쿠히오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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