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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Jul 01. 2023

#3. 천국의 비용

숙소 구경을 마친 우리는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거리로 나왔다. 절로 눈이 감기는 쨍한 햇살과 산뜻하고 건조한 바람이 기뻤다. 모든 거리가 사진배경이었고 우리는 주인공이었다. 비키니에 커버업만 걸친 사람들, 비치체어를 어깨에 메고 걷는 사람들과 함께 와이키키에 도착했다. 해 질 녘의 와이키키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걸까? 아무 방어 없이 맞닥뜨린 비치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을 것 같았다. 바다 가까이 내려온 해는 너무 강해서 그 외의 것들은 까만 형체로만 보이게 했는데, 그 모습이 아련한 다른 세상 같았다. 같은 지구인데 내가 있던 곳과 어떻게 이렇게 다른 걸까? 한참을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고 발을 적시고 얘기를 나누었다. 맨발로 철퍼덕 모래밭에 앉아도 자연스러운 곳이었다.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렸다.


  바다 더 멀리에는 파도를 타는 사람들이 보드 위에 앉아 있었다. 이럴 수가, 이렇게 좋은 파도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니. 보통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비치는 잔잔하고 서핑 스폿은 파도가 거칠거나 리프가 있어서 공존하기가 힘든데 이곳은 유명한 비치에서 바로 서핑을 즐길 수가 있었다. 와이키키에서 서핑을 할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가까이 었을 줄이야, 무엇보다 파도가 이렇게 좋을 줄이야. 너무너무 신이 났다. 무려 6개월 만에 보는 파도였다. 당장 들어가고 싶었지만 내일 새벽을 기약하며 자리를 떠났다.


  다만 환상이 깨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걸린 마법을 깨는데는 커피 한 잔이면 충분했다. 커피를 먹으러 갔는데 아메리카노 한 잔에 $7, 한국 돈으로는 9400원이었다. 팁을 포함하면 만원이 넘는다. 맛으로 따지자면 우리 집 앞 4000원짜리 커피전문점이 한 수 위였는데 말이다. 한국보다 두 배 비싼 밍밍한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물가를 체감했다. 습관성 커피구매증이 있는 우리는 이제 서로의 허락을 받아야만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돈을 아끼려면 장을 봐야 하니 월마트로 향했다. 하지만 월마트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치토스 $6.8(₩9200), 마트식빵 $6(₩8100), 그리고 슬라이스 치즈 8장 $4(₩5400). 모든 게 우리나라보다 최소 30%는 비쌌다.


  돌아오는 길, 마트 가던 길에 이 층 버스에 앉아 보았던 석양을 떠올렸다. 초록 공원의 파란 하늘에 흩뿌려진 환상적인 파스텔 핑크 구름. 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세상에 살기 위해서는 대가를 낼 수밖에 없나보다. 천국에 살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법인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수요가 많은 곳은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 것을. 아무리 천국이라도(어쩌면 천국이기에 더욱이) 자본주의의 기본 법칙을 피해 갈 수는 없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내가 순진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서 가격은 잠시 잊기로 했다. 습관처럼 원화로 바꾸어 계산하던 버릇을 잠시 멈추어두려고 한다. $7는 ₩9400이 아닌 그냥 숫자 7인걸로 하기로 했다.



만원짜리 아메리카노
그럼에도 야경마저 완벽한 와이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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