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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May 18. 2021

필요한 것이 많은 삶에서는 다정함을 내보이기 어렵다

영화 소공녀

야니가 여러 번 얘기했던 그 영화를 이제야 보았다.

가벼운 몸과 무거운 존엄 영화 속 그녀는 집이 없지만 다정했고, 담배와 위스키로 행복했다. 존엄에 집은 필수적인가? 이 영화는 집과 존엄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한다. 밴드 멤버들은 집은 있었지만 하나씩 잃은 채 살고 있었다. 일 속에 삶을 잃었거나, 가사에 자신을 잃었거나.


 영화를 보며 나를 감히 그녀에 빗대지는 못했다. 오히려 밴드멤버들을 보며 나라면?을 많이 떠올렸다. 나라면 그녀에게 어떻게 했을까. 내 상황이라면. 몇 일은 지내도 아마 오래 같이 지내지는 못했을 거다. 시간이 지나면 그녀에게 대가를 바랬을 거다. 왠지 모르게 염치 없다고 생각했을 거다. 집이란 것이 얼만큼의 대가를 치뤄야 하는 일인지 계속 생각하니까.


 내 일상에서 꼭 필요한 것들은 뭘까? 나는 집이 정말로 중요하다. 안정된 직업과 적절한 운동, 친구들, 남자친구, 가족, 가끔의 미식, 주기적인 여행도 필요하다.

 이전에는 이만큼 필요하지 않았다. 

가족 친구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다가 남자친구가 필요했고 곧 적절한 운동이 필요해졌다. 이렇게 하나하나 늘어났다.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인데 지금 위의 것 중 하나라도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당장 숨이 막힌다.

 전에 김태훈평론가가 말한 것이 기억이 나는데, 우리는 집을 구하기 위해 빚구덩이에 스스로 들어가지만 그 집을 물건으로 채우기 때문에 막상 내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은 조금이다. 짐을 위한 공간을 위해 빚더미에 오르는 것이다.

주렁주렁 나를 위해 필요한 것만 많아지는 삶에서는 다정함을 내보이기 어렵다. 나의 삶은 무엇을 위해 점점 더 무거워만지는가ㅠ


If you have to choose between being right and being kind, choose kind - 영화 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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