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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May 18. 2021

찐친의 결혼에 보내는 축사

왠지모를 서운함과 사랑을 담아서

내 대학시절을 함께했던 친구가 결혼을 했다.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해왔던 내 친구가 결혼한다니..

왠지 내 자리를 빼앗기는 것 같은 맘에 처음엔 괜히 서운했다.


홀로 먼저 떠나는 그녀는 우리에게 결혼해도 친구해줘야한다고 당부했지만,

사실상 그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멀어질까 두려워하는 건 나인 것 같았다.

둥글둥글한 그녀는 친구가 많지만 나는 친한 친구를 들이는 마음의 벽이 높았다.


그래서인지 왠지 남편은 내 친구보다 못한 것 같고 그랬다.

그랬지만 그들을 실제로 만나보고 느낀 것은 남편은 내 친구의 불안함과 외로움을 너무 잘 받쳐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 둘의 인생길이 고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순 없지만 최소한 그 길을 둘이서 재미있게 꾸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도 결혼을 결심한 거겠지! 정말로 행복하고 재미있게 살기는 바람을 담아 축사를 썼다.


축사를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금새 그녀가 울어버렸다. 다른 대학친구들도 울어버렸다.

나도 정말로 안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계속 나왔다.

정말로 안 울고 싶어서 눈물을 꾹 참은 나머지 코로 나와버렸다. 주륵

마스크를 써서 다행인 순간이었다.

어디 가는 것도 아닌데 축사를 하면 왜 항상 우는걸까?? 다음에는 이런 축사를 브라이덜샤워 때 해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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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친구 보영아

이 자리에서 너의 결혼을 축하할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다


우리가 함께한 지난 10년 간, 내 이야기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것이 너였고 너의 이야기를 가장 잘 공감해준 것도 나였다고 믿어.

너무나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우리는, 취업이나 교환학생, 이사 같은 터닝포인트를 겪을 때마다 서로의 멘토이자 솔로몬이 되어주었어. 앞서며 뒤서며 비슷한 인생의 단계를 거쳐가던 너와 나였는데 이제는 너가 큰 발짝 더 먼저 새로운 단계를 밟네. 그 길을 응원해줄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야

내가 아는 보영이 너는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을 생각해줄 줄 아는 사람이야


우리가 처음 만난 신입생환영회 날, 어색하고 낯선 그 곳에서 너는 누구보다도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고객을 끄덕여줬었어. 정말 떨렸던 발표날도 계속 눈을 마주쳐주고 용기를 준 너가 너무 기억에 남았어. 친구들의 생일과 대소사마다 예쁜 편지지에 글자로 꽉 찬 편지를 써 주던 것도, 자취하는 가엾은 동기에게 집에 있는 샴푸랑 세간살이를 가져다줘서 엄마한테 혼났던 것도 기억이 난다.

이렇게 너는 주위사람들에게 지체 없이 시간과 자원을 내 줬어. 우리 모두 같은 24시간을 가지고 사는데, 어떻게 너의 시간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나누어쓸 수 있는 지 항상 신기했어


그 와중에 너는 누구보다도 모험심 강하고 강단 있더라. 여행이나 투자를 할 때도 전에 없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목표를 누구보다 똑부러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여줬어. 그러면서 새로운 일을 벌려서는 남들 안 하는 고생도 두 배로 하고 경험도 두 배로 하면서 더 빨리 어른이 되었잖아.


이번에도 결혼이라는 일을 기어코 벌렸구나. 이렇게 먼저 발을 내딛는 너가 대견하다. 유뷰월드로 간다고 우리가 안 놀아줄까봐 걱정하는 거 알아, 하지만 너가 유부이든 할머니든 나는 항상 너의 친구고 너도 항상 나의 소중한 친구야. 먼저 어른의 단계를 밟는 너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여느 때처럼 남들 두 배의 헤프닝을 겪으면서도 잘 헤쳐나갈 것 같아. 만약 힘들다면 뒤에는 항상 우리가 있으니까 언제든지 되돌아와도 돼.


남편님, 우리 보영이가 새로운 고생거리를 만들어내서 괴로워할 때도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시고, 평생 서로의 멋진 친구이자 버팀목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보영아 나는 너가 내 친구라서 자랑스러웠고 또 자랑스러울 거야. 너의 새로운 시작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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