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편을 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건 청춘이다.라고 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내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한다면 그것은 청춘.
꽃청춘 아프리카편은 무심코 티비를 돌리다가 재방송을 보고는 빠져들어서 티빙에서 결제해서 정주행 했다. 티비 속 그들의 여행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마냥 아프리카로 간 그들이 부러웠다. 운전하고 캠프 사이트에서마다 캠핑하고, 정말 낭만적이었다. 자세히 보아야 안다고 했던가. 멋진 겉과 달리 네 명은 배낭여행자로서 못 먹고 캠핑하며 일주일 간 캠핑했다. 날이 갈수록 몰골이 초췌해졌고 감탄도 조금은 잦아들었다. 그렇지만 그 끝에, 그 고생의 끝에서 빅토리아 폴스를 보았을 때의 감동이 그 모든 고생을 씻어내렸고 그 모든 고생을 의미 있게 만들었다. 빅토리아 폴스가 없었다고 해서 고생이 무의미한 것은 단연코 아니었지만 말이다.
8일간의 여정 속에서 인물들 하나하나를 보며 배우는 것이 많았다. 경표는(그때 한창 경표는 sns 논란으로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단단해졌다고 한다. 감정 기복이 많고 많이 흔들리던 그에게, 이 여행이 내진설계를 해 줬다. 흔들릴지언정 무너지지는 않도록. 이토록 큰 터닝포인트를 만났다는 사실이 부럽다. 지금의 정체된 내 모습, 불안정한 내 모습에도 그런 터닝포인트가 간절하다.
사실 나에게 가장 큰 모티베이션이 된 것은 준열이다. 그는 천상 리더였다.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주도록 신경 쓰고 그를 100% 믿고 지지했다. 사람들이 뒤처지지 않게 챙겼고 힘든 내색 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열 번이고 했던 그 말 "감사하다"도 보검 이를 놀리다가, 아예 구호로 만들었다. 흘러가는 이야기를 허투루 버리지 않고 그들의 것으로 만드는 데는 준열이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준열이는 안 해 본 알바가 없도록 일하며 딱 오디션 1000번만 보자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딱 1000번. 정말 간절한 숫자라고 생각했다. 말하진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포기하고 싶었을 거고, 두려웠을 거고 힘들었을 거다.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딱 1000번을 얘기하고 해 냈다. 정말 멋있었고 나는 지금은 배가 불렀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재홍이는 정말 나랑은 다른 1인이다. 무던하게, 그리고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어나갈 줄 안다. 이제 나는 그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깨달았다. 하지만 그의 그 유쾌한 느낌, 분위기에 웃음을 줄 줄 아는 방식이 너무 좋았고 배우고 싶다. 보검이는 그저 그 나이에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너무 부러웠다. 내가 나를 더 많이 드러내고 더 매력적으로 나타낼수록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보검이를 보며 한 번 더 깨닫는다(물론 보검이는 넘사다..) 그리고 더 높이 오를수록(보검이는 그 때 이미 스타였다...) 남을 더 챙겨야 한다는 것도. 보검이는 정말로 세심하게 사람들을 챙겼고 촬영차 경표 부모님 댁 근처에 갔을 때도 경표를 대신해 부모님께 들렀다. 세심한 마음가짐에서 오는 자세다. 아이유에게서도 자주 본 자세다. 괜히 대견하고 멋있었다. 더 클수록 더 많이 남을 챙기고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배낭여행 다운 배낭여행은 이제 내 인생에서 찾아오지 않는다고 어렴풋이 생각했다. 이제 그러기에는 나는 편한 것을 너무 많이 경험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너무나 평온한 곳에 두었다. 이곳은 고생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 고생할수록 밑바닥이 드러난다. 그 밑바닥에서 우리는 느끼고 싸우고 배우고 성장한다. 나는 내 밑바닥을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올해 나이 서른이 되었는데, 상반기에는 그저 어른이 된 것이 좋았다. 내 삶을 온전히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이 진짜 나를 독립된 개인으로서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상반기의 끝,, 지금은 글쎄,, 두렵다. 나이가 적음으로써 얻어가는 수많은 excuse들이 이제 없다. 나이에 따르는 수많은 기대와 책임들만이 있다. 나는 아직 그 책임들을 다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무작정 나이 들어갈까 두렵다. 그저 이렇게 가만히 나이만 먹어서든 나는 그대로인데 나이만 먹는 철없는 사람이 될까 두렵다. 성장하고 싶다.
지금은 나에게 도전이 필요한 때다. 고생도 필요하다.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만 빼고 다 버리자. 나는 나에게 잠이 정말 중요할 줄 알았는데 진짜로 재밌는 일을 하면 잠을 안 자도 되더라. 준열이가 오디션 1000번만 본다고 생각했듯, 나는 딱 100번만 도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