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맞아 엄마집을 찾았다. 엄마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엄마는 옆자리에 없다. 새벽 여섯시, 엄마는 오늘도 마당에서 팥을 삶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구경만 했지만, 오늘은 호기심이 생겼다. 팥 삶는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엄마 옆에 붙어 구경했다.
귀여운 팥알. 돌이 있을까 이렇게 한 번 거른다
1차 작업
팥의 떫은 맛을 없애기 위해서 팥을 한 번 삶아서 삶은 물을 버린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배앓이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혹시나 남은 팥물이 나쁜 영향을 미칠까 삶은 팥을 한 번 더 씻어낸다.
팥은 콩보다 훨씬 딱딱하다. 팥은 질긴 놈이라 한 번 삶는 것으로 부드러워지지 않는다.
2차 작업
씻은 팥을 압력밥솥에 뭉근해질 때까지 삶는다. 이렇게 압력밥솥으로 한 시간 정도 삶아야만 팥이 우리가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진다.
3차 작업
압력밥솥에서 익은 팥을 솥으로 다시 옮겨서 삶는다. 솥에 잘 눌러붙어서 끊임 없이 저어주어야 한다. 한 시간 내내. 인고의 시간. 엄마는 그래서 손목이 아프다, 손목아대를 몇 개를 사 주었는데도 귀찮아서 못하겠댄다.
이 때 팥을 한 술 떠서 먹어보았더니 시루떡 맛이 난다. 여기에 소금과 원당을 넣어서 간을 맞춘다. 간을 맞추니 비로소 팥 색깔이 난다. 당을 많이 넣을수록 까매진다고 한다. 우리 엄마의 팥은 예쁜 갈색
계속 젓다보면 거품이 나오는데, 거품을 하나하나 다 떠낸다. 거품을 떠내지 않으면 끝맛이 살짝 텁텁하기 때문에, 이 앞에 서서 내내 거품을 겉어낸다.
도합 두세시간이 되는 작업. 엄마는 매일 아침 이렇게 팥을 삶는다. 바다 앞 촌에 조그만 카페를 하는 엄마. 매일 이렇게 사람들이 팥빙수를 찾아주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오늘도 엄마는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팥을 삶는다.
팥을 한 숨 식힌 후 우유얼음 위에 연유와 녹차가루를 톡톡 올리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엄마 팥빙수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