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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Jul 03. 2021

엄마의 필살기, 팥빙수 만들기

여름휴가를 맞아 엄마집을 찾았다. 엄마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엄마는 옆자리에 없다. 새벽 여섯시, 엄마는 오늘도 마당에서 팥을 삶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구경만 했지만, 오늘은 호기심이 생겼다.  삶는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엄마 옆에 붙어 구경했다.


귀여운 팥알. 돌이 있을까 이렇게 한 번 거른다


1차 작업

팥의 떫은 맛을 없애기 위해서 팥을 한 번 삶아서 삶은 물을 버린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배앓이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혹시나 남은 팥물이 나쁜 영향을 미칠까 삶은 팥을 한 번 더 씻어낸다.

팥은 콩보다 훨씬 딱딱하다. 팥은 질긴 놈이라 한 번 삶는 것으로 부드러워지지 않는다.


2차 작업

씻은 팥을 압력밥솥에 뭉근해질 때까지 삶는다. 이렇게 압력밥솥으로 한 시간 정도 삶아야만 팥이 우리가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진다.


3차 작업

압력밥솥에서 익은 팥을 솥으로 다시 옮겨서 삶는다. 솥에 잘 눌러붙어서 끊임 없이 저어주어야 한다. 한  시간 내내. 인고의 시간. 엄마는 그래서 손목이 아프다, 손목아대를 몇 개를 사 주었는데도 귀찮아서 못하겠댄다.

이 때 팥을 한 술 떠서 먹어보았더니 시루떡 맛이 난다. 여기에 소금과 원당을 넣어서 간을 맞춘다. 간을 맞추니 비로소 팥 색깔이 난다. 당을 많이 넣을수록 까매진다고 한다. 우리 엄마의 팥은 예쁜 갈색

계속 젓다보면 거품이 나오는데, 거품을 하나하나 다 떠낸다. 거품을 떠내지 않으면 끝맛이 살짝 텁텁하기 때문에, 이 앞에 서서 내내 거품을 겉어낸다.


도합 두세시간이 되는 작업. 엄마는 매일 아침 이렇게 팥을 삶는다. 바다 앞 촌에 조그만 카페를 하는 엄마. 매일 이렇게 사람들이 팥빙수를 찾아주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오늘도 엄마는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팥을 삶는다.


팥을 한 숨 식힌 후 우유얼음 위에 연유와 녹차가루를 톡톡 올리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엄마 팥빙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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