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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Aug 01. 2021

무거운 가방

무거운 가방을 멨다.

한 8키로 되나? 생각했다가 이내 5-6키로쯤 되겠다 하고 다시 생각했다. 가방끈을 어깨에 메고 읏챠 하고 일어서니 순간 생각난다.

인도에서 베낭여행을 위해 처음 가방을 짊어진 그 날, 머리가 띵할만치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직각의자가 있는 심야버스를 탔다. 허리벨트도 없고 예쁘기만 한 파란색 노스페이스 가방을 수건부터 숄까지 온갖 짐가지로 채웠다.

오늘의 가방은 그 날보다 가벼운데도 더 무겁게 느껴진다. 한 시 빨리 내려놓기 위해 머릿속으로 빠르게 동선을 계산하고 최단거리를 찾는다.

언젠가 나는 다시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직각의자가 있는 심야버스에 몸을 실을  있을까? 서늘하고 조그만 노란 방에서 얇은 철제 침대에 몸을 뉘일  있을까?

오늘의 나의 즐거움은 예전의 즐거움과 같은 듯 다르다. 편하고 작은 도전들. 무리하지 않는 마음. 동요 없는 일상. 간간히 찾아오는 공허함과 자주 찾아오는 작은 감사함과 즐거움. 그리고 이렇게만 내 삶이 흐를지도 모른다는 묵직한 불안감. 무리하지 않으면서 불안해하는 모순된 마음.

일상의 잔잔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나날들이 계속된다. 카페와 교외로 떠나는 드라이브로 즐거움을 찾는다. 규칙적인 수면시간 덕에 날이 서거나 밑바닥을 보일 일도 없다. 주기적인 친구들과의 만남은 안도감을 준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나날들. 그나마 새로운 것인 서핑에서 위안을 얻는다. 위안을 얻기 위해 서핑을 하는 건지 서핑을 해서 위안을 얻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은걸지도 모른다. "이것봐 나는 아직도 이렇게 활동적이야. 저 멋진 누구만큼이나 멋진 삶을 살고 있어."라고


요즘의 생각의 끝은 항상 불안감과 안일함과 안락감의 사이를 맴돈다. 오늘은 조금의 두려움과 답답함도  부유한다. 이런 내가 답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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