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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Nov 06. 2021

반셀프 인테리어로 집을 완성하다

어느 새 세 달 만에 쓰는 글이다.


최근 두 달은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반셀프인테리어에 이사에 이직까지.

다 끝내고 나서도 정리할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아직까지 정리할 일이 남앗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를 할 때 가진 마음을 남겨보고 싶어서 쓰는 글


나는 반셀프로 인테리어를 했다.

반셀프란, 인테리어 업자를 끼지 않고 공정별로 사장님을 섭외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열, 목공, 도배, 샷시 등 사장님과 직접 컨택하고 공정을 내가 관리하는 것이다. 반셀프로 진행하면 비용을 아끼고 내가 의도한 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 시간을 많이 쓰고 예기치 못한 이슈가 나왔을 때 유연하게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나의 경우 비용을 아끼고 싶었고 주방과 화장실은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 이렇게 진행해 주는 턴키 업체를 찾기 힘들 것 같아 반셀프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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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셀프로 진행 시 크게 아래 절차로 진행한다.


0. 공정정리

1. 업체선정

2. 일정픽스

3. 재료선정 및 준비

4. 허가 및 주민동의

5. 시공 및 감리

6. 폐기물 처리 및 뒷정리


0. 공정정리


우리 집을 어떻게 고칠 지 먼저 스스로 명확해야 한다. 요구사항이 바뀌면 공정이 크게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어떻게 고칠 지 명확한 요구사항을 잡아야 한다. 나의 경우 몰딩 없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도록 집을 만들고 싶었고 거실과 입구방을 확장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알루미늄 샷시만 바꿀까 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그렇듯 '이왕 하는 거' 병에 걸려서 확장까지 결심해 버렸다.


확장과 무몰딩 이라는 핵심요구사항을 잡고 필요한 공정을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확장이 들어간다면 철거, 설비, 미장, 단열, 샷시, 목공, 도배, 바닥 까지 들어간다. 그래서 이 공정을 모두 추가하되, 부가적인 디자인이 들어가는 공정은 모두 제외했다. 욕실, 주방, 베란다타일은 살리기로 했고 전기는 셀프로 하기로 했다. 한편 몰딩과 문선을 없애는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페인트도장을 택하면 비용이 초과되었기에 도배로 해결하려 했고, 때문에 도배는 유명한 분께 일찌감치 예약해 두려 했다.




1. 업체선정

나에게 중요한 것을 먼저 정했다: 단열과 무몰딩이었다. 먼저 확장할 때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이 춥지 않을 것. 왜냐하면 나는 추위에 아주 약하고 윗집 아랫집이 확장이 안 되어 있어서 단열을 꼼꼼히 하지 않으면 괴로울 것 같았다. 또한 무몰딩은 군더더기 없는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 상 (그렇지만 집은 잘 안 치운다,,) 몰딩이 없는 인테리어가 참 예뻐보였다. 그래서 이렇게 두 개의 키를 잡고 진행하며 단열업체, 샷시업체, 도배업체를 가장 먼저 정했다. 셀인 이라는 네이버 카페, 유튜브 등을 쉴 새 없이 찾아보며 업체를 컨택했고 그 결과 무려 6개월 전에 세 개 업체는 예약을 완료했다. 나머지 업체를 선정할 때는 힘을 빼고 대강 합이 맞을 것 같은 곳으로 연락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중에서는 실패한 곳도 있고 성공한 곳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내도록 모두 도와주셨다고 생각한다.




2. 일정픽스


이 부분이 나는 꽤 어려웠다. 일정의 순서를 정하려면 먼저 내가 어떤 공정이 먼저 들어가야 하는 지를 알고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잘 알 지 못해서 많이 찾아봤었다. 다행히 업체들 중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 분들이 말씀주신 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일정이 조금 꼬이긴 했지만 스케쥴링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 후회되는 점은 일정을 조금 더 여유롭게 잡아둘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햐면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아두면 공정을 추가하거나 바꿀 때 유동성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정까지 픽스하고 예약금도 넣고 나면 일단 1차 준비는 완료된다. 나는 일정 픽스까지 하고 나서 한 4개월 동안은 인테리어를 거의 잊고 지냈다. 준비하면서 인터넷으로 유튜브 찾아보고 업체 찾아보고 했던 것이 과부하가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3. 재료선정 및 준비

인테리어를 진행하기 보름 쯤 전에 바닥을 뭐로 할 지 정하고 마루업체를 추가로 선정했고 (이전에는 타일 모양 장판으로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크게 업체 선정을 고려하지 않았었다.) 마루를 선택하고 빗자루, 퍼티, 쓰레기 봉투 등의 부자재를 준비했다. 이 즈음부터 실측을 오시기 시작했고 다시 인테리어로 머릿속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4. 허가 및 주민동의

인테리어 2주 쯤 남은 시점, 나는 거실과 입구방 확장을 하기 때문에 확장에 필요한 업체를 찾고 행위허가신고를 했다. 이 때의 난관은 주민동의. 아파트 한 동의 주민 60% 이상의 동의를 받아와야만 구청의 허가가 안정적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이에 안내문구를 인쇄하고 마스크를 대량 사다가 안내문구를 스테이플러로 집어서 주민들에게 나누어드리며 동의서를 받았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두운 복도 현관문 앞에서 띵동 누르고 안에서 인터폰에 회신 주실 때까지 조마조마 하며 기다렸던 장면이 남는다. 전에 나도 재택근무할 때 같은 층 다른 집에서 공사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너무 시끄러워서 괴로웠던 기억이 나기에 미안한 마음으로 최대한 조심히 전달드렸다.

 다행히 주민분들은 인테리어에 익숙하신지 대부분 '아 사인이요?' 하고 흔쾌히 열어주셨다. 그리고 입주민이 직접 동의서 사인을 받는 것에 대부분 놀라하셨고 좋은 말씀들 많이 해 주셨다. 덕분에 세 시간 만에 동의 76% 달성하고 퇴그은!


5. 시공 및 감리


이 때부터는 찐이다. 사실 이 때는 힘들긴 해도 참 재미있었다. 회사 출근 전 새벽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덜컹덜컹 인테리어 현장으로 먼저 출근했다. 출근해서 사장님들과 공정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요청사항을 남기고 회사로 출근. 그리고 공정이 마무리되는 날에는 회사를 마치고도 다시 현장으로 가서 공사상태를 확인하고 사장님에게 금액을 입금했다. 현장을 직접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사장님들과 얘기하는 것들도 재미있었다. 좋은 사장님들도, 좋지 못한 사장님들도 계셨지만 어쨌든 결과는 나왔다. 아직까지도 마감을 못한 채 아쉬운 부분들이 있지만 그건 내가 미리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하지 못한 탓이다.



6. 폐기물 처리 및 뒷정리

폐기물은 내가 예기치 못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공정에서는 폐기물이 나오는 경우 미리 알려주시고 종량제나 PP마대 등 필요한 항목을 미리 알려주셨었다. 그렇지만 일부 공정의 경우 미리 알려주지 않거나 먹은 음식물 쓰레기를 썩도록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서 폐기물이 나는 가장 큰 변수이자 스트레스였다. 공정이 끝나고도 몇 일 동안 현장을 드나들며 폐기물을 치웠다. 업체에서 큰 마대에 쑤셔넣었던 쓰레기를 다 분리해서 종량제봉투, 불연성폐기물마대, 분리수거 등으로 나누어서 버렸다.



 입주청소도 스스로 했다. 공사가 끝나고 나면 새 집이니 집이 아주 깨끗할 거라 생각했던 것은 오산의 오산이었다. 공사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집은 닦아도 닦아도 계속 먼지가 나와서 곤란한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여러 번의 청소 끝에 드디어 청소를 끝내고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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