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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리담 Jan 09. 2022

이직해서 좋은 점

언제든지 휘리릭 떠날 수 있는 자신감

새로운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삼 주가 지났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간 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 기대는 이제 1인분을 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내가 해낸 결과보다 더 좋은 퀄리티를 바라는 것이 느껴지고 내가 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일하기를 바라는 것 또한 짐짓 티가 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타협하려 했지만 내가 최대한으로 노력해야 할 만한 결과가 필요하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이번 주는 왠지 지친다. 주말에는 이전 회사 사람들을 잔뜩 만났다 보니 더욱 많은 생각이 든다. 이쯤에서 적어보는 이직 해서 좋은 점. 이직해서 좋은 점이라면 뭘까나?


|표면 적으로라면 아래 세 가지 좋은 점이 있겠다.

1. 새로 배울 게 많아졌다는 점. 이 점은 사실 좋기도 싫기도 하다. 이전 회사에서는 5년쯤 하니 이제 모든 프로세스가 눈에 익었고 일하는 방법도 익숙해져서 회사에서의 일상이 쉽고도 지리하게 흘러갔다. 이런 나에게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익히고 다른 회사에서는 어떻게 업무하는 지를 알아보는 것은 새로운 자극이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흥미롭고 새롭다. 하지만 적응하는 시간 동안은 아무래도 힘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적응하는 시간이 달갑지 않다. 적응하는 이 시간 때문에 나도 선뜻 새로이 이직을 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2. 영어를 늘릴 수 있다는 점. 새로운 회사에서는 반은 영어를 쓴다. 일이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항상 영어를 잘하고 싶었다.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해외인턴도 다녀오면서 어정쩡하게 영어를 하긴 했지만, 항상 부족했다. 내가 원하는 것만큼 내 의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했고 영어로 말할 땐 왠지 당당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입사하고 이제는 더 이상 영어 쓸 일이 없어서 이대로 내 영어는 끝이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시점에 다행히 영어를 쓰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영어를 쓴다는 점이 내가 이 회사를 선택한 큰 이유이기도 하다. 강제로 나를 영어와 엮지 않으면 나는 절대로 스스로 하지 않을 테니까. 이 회사를 나올 때는 다른 건 몰라도 영어만큼은 꼭 자연스럽게 하고 나오자는 다짐을 해 본다.


3.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다들 열정 넘치고 거절하지 않는다는 점. 이 점이 이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준다. 나 또한 여기에 발맞추어야 한다는 점이 아직은 부담스럽지만, 성장을 지향하는 젊은 분위기라 희망차다. 이곳에서 함께 일하다 보면 나 또한 어디서든 꿀리지 않는 PO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점, 마음 깊숙이에서부터 느껴지는 좋은 점은, 또다시 퇴사할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이다. 내가 가고 싶은 배낭여행을 위해서라면 다시금 퇴사를 감행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큰 모티베이션이 되었다.


 이전 회사는 한 번 다니면 정년까지 다니곤 한다는 대기업이었다. 그런 곳에서 한 번 일을 시작한 이상, 이제 내 앞으로 남은 긴 휴식의 기회는 병가, 출산휴가뿐이구나 라는 막막함에 가끔씩 숨이 막혔다. 분명 안정감은 좋았지만 내 미래가 끝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한 번 회사를 옮기고 나자 전에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한 번 한 거 두 번은 못 할게 뭐람?' 이번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세계여행을 가야겠다. 살고 싶은 곳에 가서 몇 달씩 살고 와야겠다. 발리, 샤르가오, 포르투갈, 하와이, 치앙마이 등 내가 살고 싶은 곳에는 모조리 살아보고 와야겠다. 최소 일 년, 길면 이년 후 떠나야겠다. 다녀와서 새로운 일터를 찾아보는 일은 쉽진 않겠지만 한 번 한 거 두 번은 못하리.


세계여행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나니, 언제까지나 회사에 얽매여 살 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이 생겼다. 곧 떠날지도 모르는 이 여행을 위해서 나 자신을 소중히 관리해야겠다. 건강을 버리지 말아야 하므로 매일 아침 유산소 운동을 해야지, 여행 가서 친구도 만들면 좋으니 영어를 유창하게 해야지, 내 생각이 현실에 굳어버리지 않도록 계속해서 책을 읽어야지. 내 올 해의 큰 주춧돌이 되어 줄 지침들이다.


그저 돈이나 모아서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때가 불과 올 초다. 월급쟁이로서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큰 성공이었달까. 하지만 생각할수록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40대가 되어서도 주중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소소한 운동을 하며 서울에 집을 사기 위해 재테크에 골몰하고 월급을 모으는 내 미래는 생각할수록 달갑잖았다. 그래서 더 하릴없이 일상을 흘려보냈던 것 같다. 그런 삶은 살고 싶지 않아. 언제까지 직장에 매여있고 싶지도 않아.


언제 누구와 함께 갈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혼자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배낭을 짊어지고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 올 한 해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나를 가꾸어야지. 그리고 짐도 줄여가야지. 언제 떠날지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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