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하다> 시즌 1 - 1화
월요일 아침이에요. 새가 울기 시작하면 콩나물은 눈을 떠요.
아직 눈 앞이 캄캄해요.
검은 천 지붕이 콩나물의 몸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죠.
지붕을 천천히 걷어 내요. 그러자 햇볕이 점점 쏟아져 들어오면서 콩나물의 노란 얼굴을 쨍하게 비춰요.
콩나물은 으으 기분이 좋지 않아 고개를 돌려요.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켜고 이부자리였던 아리수 물 위에 이물질들을 밖으로 빼며 잘 정돈해요. 햇볕이 더더 세지자 콩나물은 빨리 일어나 출근 준비를 시작해요. 콩나물에게 햇볕은 쥐약이거든요.
원래는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요가를 하려고 했는데 실패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항상 이런 식이니까요.
콩나물은 지난 주말 지리산에 가서 길러온 약수를 조금 떠서 몸에 끼얹어요. 역시 약수는 기분을 좋게 해요. 얼굴에도 물을 세차게 끼얹고 팔과 다리에도 척척 끼얹어요. 몸과 마음이 든든해져요. 아차차 물에 심취해 있었더니 늦었어요. 어서 물바가지 가방과 신발에 아리수를 퍼 담아요. 얼굴이 노랗게 잘 떴는지 체크를 한 번 더 한 뒤 부리나케 플라스틱 통 밖으로 나가요. 그러다 다시 들어와 챙이 넓은 모자를 찾아 쓰고 나가요. 햇볕에 감히 얼굴을 내어줄 수 없거든요.
콩나물은 회사를 향해 짧은 다리로 도도도도 걸어가며 이번 주도 무사히 별 탈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요.
오디오 클립 링크 - 1화 콩나물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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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선혜, 고권금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