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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하다 Jun 02. 2021

1분 1초

<콩나물하다>시즌2-4화

48분

퇴근까지 딱 12분 남았다.

쿠민은 먼저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겠다고 했다.

어디쯤 있을까?

인사동은 둘러볼 건축물이나 소품샵이 많으니 시간 때우기에 좋을 것이다.


50분

아, 거래업체에 메일 하나만 보내 놔야겠다.


54분

음… 가방은 다 챙겼고, 이번에 새로 나온 소식지랑 펜 좀 챙겨 줘야겠다.


55분

아직도 오 분이나 남았네… 더럽게 안 가네…



57, 58, 59………. 00

나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속도로 움직이는 시침과 분침은 마침내 나를 회사에서 벗어나게 해줬다.


‘쿠민 어디야?  6번 출구 앞으로 올래? 그리로 갈게.’ 

‘응, 곧 만나!’


쿠민이 보내준 음악을 들으며 회사 밖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볍다. 옥수수샵 다녀온지 이틀째라 웨이브도 자연스럽고, 아끼는 소라 귀걸이도 오늘따라 나를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요즘도 공연을 하는지, 최근에는 어떤 음악을 주로 듣는지 그리고 만나는 사람은 있는지… 쿠민의 눈망울에 비친 나의 모습이 어쩐지 상상이 가서 얼굴이 붉어진다.


저기! 쿠민이 보인다.

쿠민과 나는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노마드에 들어가 마주 앉았다.

나는 늘 먹던 걸 주문했고, 쿠민은 막걸리 한 잔을 쭉 들이켜더니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말했다.

‘콩나물, 나 깻잎이랑 제주도로 이사가게 됐어. 가기 전에 너한테 말하고 싶었어’

말문이 막혔다.

알고 보니 둘은 헤어진지 한 달 만에 다시 만나기 시작했고 앞으로 한 달 뒤에는 제주도에 내려가 함께 지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막걸리 한 잔을 쭉 들이켰다. 제기랄.

잘됐다고,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쿠민은 그간 자신이 어떻게 지냈는지 최근에 했던 공연은 어땠는지 등을 말해주었고 나는 억지 미소를 띄며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간다. 


오디오 클립 링크 - 4화 1분 1초


* <콩나물하다>는 오디오 클립을 통해 음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디오 클립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글. 고권금, 허선혜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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