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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나물하다 Jun 09. 2021

넓은 물로 가긴 글렀어.

<콩나물하다>시즌2-5화

차근차근 고추씨를 모아온 콩나물이 드디어 이사에 필요한 고추씨를 다 모았어요. 

콩나물은 고추씨 대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다시 한 번 은행원 고추에게 물어봐요. 



“대출… 잘 나오는 거죠?”


“그럼요. 중소기업 대출로 아주 빵빵하게! 최대로 받을 수 있어요. 부럽네요.”


“에이, 고추 계장님은 청약 준비하시잖아요. 저는 청약은 꿈도 못 꾸는데요.”


“아무튼 이사 축하드려요.”


콩나물은 주말마다 부동산으로 가 새로 이사갈 통을 알아봤어요. 지금 살고 있는 좁은 플라스틱통보다 훨씬 좋은 고무통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요. 

첫 번째로 본 통은 고무통이긴 하지만 너무 좁고 오래된 곳이었어요. 군데군데 찢어진 곳도 있었고요. 

두 번째로 본 통은 플라스틱통이었지만 꽤 넓었어요. 하지만 고무통이 아니었고 예산을 넘기기까지 했답니다. 

세 번째로 본 통은 고무통에 최고급암막커튼까지 있었지만 회사와 너무 멀었어요.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꽤 여러 곳을 둘러봤지만 콩나물의 마음에 쏙 드는 통은 나타나지 않았요. 

콩나물이 그렇게 지쳐갈 때 즈음… 드디어 콩나물의 마음에 쏙 드는 통이 나타났어요. 

친구들을 불러서 맥주를 마시고 춤을 춰도 남을 만한 넓은 고무통, 게다가 만든 지 3년도 안 된 신식! 고급 재질의 검은 비닐! 회사와는 불과 10분 거리! 마지막으로 예산 안에 딱 들어맞는 가격까지. 

콩나물은 당장 계약을 하겠다 말해요. 

하지만, 콩나물 앞에 이미 한 신혼콩나물부부가 가계약을 걸어놓았다고 해요. 

콩나물은 기다리겠다며 계약이 불발되면 꼭 연락을 달라고 하고는 돌아와요. 

콩나물은 계약도 전에 벌써 이 고무통을 어떻게 꾸며야할지 생각해요. 생각만 해도 너무너무 즐거워요. 

시원한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시려고 할 때였어요. 콩나물의 엄마인 콩모에게서 전화가 와요. 





“나물아. 밥은 먹었어?”


“응. 이미 먹고 지금 맥주 한 캔 하려고 하고 있지.”


“그래. 주말에 집에 내려올래?”


“주말에? 고사리랑 지리산 가려고 했는데.”


“메주 오빠 와 있어.”


“지금?” 


“응. 주말에 한 번 내려오면 좋겠는데.”









콩나물은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어요. 메주오빠… 오빠를 오랜만에 보는 건 좋지만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들어요. 




오디오 클립 링크 - 5화 넓은 물로 가긴 글렀어.


* <콩나물하다>는 오디오 클립을 통해 음성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디오 클립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글. 허선혜, 고권금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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