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하다> 시즌 1 - 4화
콩깍지에 가족들과 지내던 때였다.
하루는 거센 비바람이 불어 콩깍지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빗물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겁이 난 우리들은 눈을 질끈 감고 몸을 웅크리며 떨고 있었다.
그런 우리를 보고 엄마가 말했다.
‘이번에는 비가 많이 오는구나. 조금만 더 있으면 금방 지나갈거야. 그러지 말고 눈을 떠봐. 괜찮아. 너희 빗물 좋아하잖아. 몸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춤춰봐, 이렇게!’
귀여운 엄마의 춤사위에 긴장이 풀리며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우리는 엄마와 같이 몸을 굴리며 놀기 시작했다.
반쯤 스며든 빗물의 장력을 이용해 멋지게 턴을 돌기도 하고, 공중부양도 하며 별의 별 묘기를 부리다 보니 어느덧 비가 그쳐있었다.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이면 그 날이 생각난다.
그 날의 명암과 온기까지도 기억난다.
때로는 쌀 한 톨 만큼의 충만한 기억이 논밭 같은 고통의 기억보다 강한 것같다.
이제 잘 시간이다. 지금 자면 5시간은 잘 수 있다.
비오는 날의 출근길은 지렁이같지만, 내일은 왠지 괜찮을 것같다.
오디오 클립 링크 - 4화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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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권금, 허선혜
그림. 신은지
구성.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