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랑스어 언어연수로 프랑스에 갔던 해가 1996년이다. 연수를 한 곳은 클레르몽페랑, 그 유명한 파스칼의 고향이기도 하고, 나는 파스칼 대학에서 언어연수를 받았었다.
클레르몽에서의 연수기간 동안 처음엔 기숙사에서, 다음엔 Foyer Home Dôme에서 생활을 했다.
당시만 해도 Home Dôme은 매우 세련된 건물이었고, 주로 학생들과 젊은 노동자들이 거주했으며 가끔은 여행객들이 와서 머물고 갔던 곳이다. 특히 미슐랭 본사에 출장을 온 사람들이 많이 묵는 곳이기도 했다. 이유는 다른 호텔보다 매우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문 동안 나에게 많은 추억을 선사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그때 그곳이 궁금해서 최근 뉴스를 살펴보았는데, 오랜 역사를 간직한 체 없어진다고 한다. 알고 보니 1974년도에 건립된 건물이라는데, 최근 운영상 적자와 친환경문제(석면 등)로 인해 2016년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2019년 9월 5일 자 신문에 따르면 건물을 허문다고 뉴스는 전하고 있었다.
신문기사를 보고 옛날 사진을 들춰봤고, 건물 앞에서 "저 저기 살아요"라고 표시라도 한 듯한 사진을 발견했다.
벌써 23년이나 된 사진이다.
왼쪽은 1996년 모습, 오른쪽 사진은 2019년 9월 5일 자에 실린 Home Dômee의 모습
당시 4개월 기간의 기숙사 생활에서 벗어나 이곳 Home Dôme으로 이사했을 때 정말 기뻤던 기억이 난다. 기숙사에서는 샤워실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두 개의 실이 있던 곳인데 조명이 늘 어두워서 마치 감옥?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늦은 겨울 눈은 늘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당시 언어 연수로 클레르몽페랑에 가면 무조건 기숙사에서 먼저 지내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나마 저렴해서 기숙사를 나가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처음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학교와 기숙사, 식사할 때 식당으로 왔다 갔다 하며 지냈었다. 그러나 기숙사 생활 한 달이 지나니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익숙해질 때쯤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정말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엇보다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참으로 많았다. 흑인들에 대해서 편견은 없는데, 조금만 친해지면 뭘 자꾸 빌리러 와서 조금 귀찮았던 게 사실이다. 친절하긴 했지만, 친해지면 사생활이 없을 정도였다.
Home Dôme은 기숙사보다 실은 작았지만 늘 밝았던 곳이어서 나는 무척 좋아했었다.
조드 광장을 뛰고 들어와도 적당한 거리였고, 인근 공원에서 넉넉하게 쉬고 들어와도 늘 가까운 거리였던 게 정말 좋았다.
그러고 보니 늘 방황과 같은 불안한 마음을 지녔던 시기에 이곳에서는 늘 편안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 일 없을 때는 문을 열어 두고 한 없이 하늘을 바라보던 것도 좋았다. 그러다 잠이 들고, 눈을 떠보니 곧 있으면 식품점이 문을 닫을 시간이라 부랴부랴 뛰어가던 기억, 한국인 유학생 한 명이 태권도한다고 도복을 입고 품새를 잡던 풍경, 가을이라 건물 주변에 나뭇잎 색깔이 변하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게 아직 기억에 남아 있다.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선하게...
다시 올 수 없는 기억이자 장소지만 그래도 Home Dôme의 끝자락 소식을 들으니 멀리서나마 마치 함께 하는 듯하여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못내 아쉽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