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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Nov 13. 2019

전화 예절

김해로 이사 와서 새롭게 집전화를 두었다. 

거의 쓸 일은 없지만 그래도 집에는 집 전화가 있어야 정상일 것 같아서 쓰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이 집전화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어떨 때는 화가 날 때도 있다. 

최근 몇 주간 계산을 해 보니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중에는 평균적으로 2~4통씩 전화가 온다. 

집으로 전화가 오는 게 무슨 문제일까 싶지만 전혀 상관없는 전화라서 그렇다. 


아마도 지금의 집 전화가 자전거 판매장 전화번호였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올봄과 현재 가을에 유독 전화가 많이 온다.  그래서 사정을 알아보니 네이버에 상호 전화번호로 등록되어 있던 번호라는 사실을 알았고 이런 사정을 네이버 측에 연락을 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는 상태이다. 아마도 등록했던 사업주가 직접 변경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짐작 중이다. 그래도 계속해서 수정 변경 요청을 해 볼 요량이다. 


사실 전화가 자주 온다는 것은 크게 스트레스는 아니다. 문제는 전화 예절이다. 

대개는 전화를 걸 때,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이 정상이라 본다. 


" 여보세요. ~~ 인가요? "라고 말이다. 


그런데 내가 받는 전화는 "여보세요"라는 말은 아주 가끔 듣는 대화이고 주로 사람들이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거 어디요"

"거기 위치가 어딘데" 

"자전거 집 맞죠?" 

"사장 있나"

"야, 거기 위치가 어디야? " 

"자전거 삽니까? " 

"자전거 수거합니까?" 등등


그럼 나는 이렇게 답을 한다. 

여긴 가정집입니다. 전화번호가 바뀌었습니다. 


그럼 대부분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 네,, 자전거 집 아니라고요?" 그나마 기분이 덜 나쁜 대화이다.

그나마 "실례 많았습니다"라고 말을 해 주면 기분 나쁠 일도 없다. 


그런데 다음과 같이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뭐라고? 어디라고?"

"뭐?, 뭐?  아 씨발, 자전거 집 아니라네"

"뭐라노? "

"이것 보세요. 자전거 집에 전화했는데 무슨 가정집이야"

"니는 누군데? " 


게다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끊어 버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쉽게 말하고 쉽게 끊어버리는... 

요즘 내가 겪고 있는 가장 심한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유독 반말도 아닌 것이 존댓말도 아닌 것이 애매하게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전에 우리는 전화 예절도 교육을 받았었는데, 비록 얼굴을 보지 않고 말을 하지만 말 한마디의 중요성을 알아서 조심조심했었는데, 최근까지, 아니 방금 전까지 받은 전화는 마치 자기 부하들 부리는 듯한 위화감 가득한 전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마치 자기의 배설물을 아무에게나 퍼붓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덕분에 요즘 들어 전화 상담자들의 고충을 십 분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몇 주 전에는 전화로 다짜고짜 화를 내며 욕을 하던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 지금 목소리 녹음 중입니다"라고 점잖게 말을 하니 그냥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또 하루는 집요하게 5차례 같은 사람이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거기가 정말 자전거 집이 아니냐고... 게다가 주소까지 알려 달라고 했다. "당신에게 왜? 주소까지 알려 줘야 합니까? "라고 말을 했더니, 갑작스럽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하길래 중간에 끊어 버렸다. 그리고 또다시 전화 오길 때 "녹음 중이다"라고 말을 했더니 마지막 다섯 번째 이후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더라면 녹음이라도 했을텐데... 아니 집 전화를 녹음되는 것으로 살 것을이라며 후회하고 있다. 


세상이 전과 달리 아무리 개인적이며 이기적이라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예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예의마저도 상실한 것 같다. 면대면으로 만나면 웃으면서, 자기는 관대한 사람인양 포장을 하다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식으로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위선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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