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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Nov 29. 2019

가뭄에 단비: 시간강사지원추경사업

교육과 연구 생활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지금, 뜻밖의 작은 희소식을 접했다. 한국연구재단 시간강사지원사업에 나의 계획서가 예비선정되었다고 한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꾸준하게 한국연구재단 쪽에 사업을 신청을 했었는데 계속해서 미끄러지다 이번에 일을 그만두고 나니 뜻밖에 예비선정이 된 것이다. 이번 사업은 강사법 시행 이후 실직한 시간강사들을 대상으로 추진한 추경사업이다. 그리고 실직한 대상들 중에서 약 2천 명의 연구자를 선정하여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씁쓸한 이면도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번 사업은 시간강사 실직자를 위한 사업으로 모두를 커버하지 못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총 7834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중에서 다른 직업 없이 강의에만 전념하는 전업강사가 4704명이 강의 기회를 잃었다고 한다.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29/2019082990067.html

특히 이번 사업은 시간강사 대상을 A, B형으로 나눠서 지원하는데 18년 11월부터 신청 마감일까지 신분 변동(강사 계약 해촉)이 발생한 연구자와 그렇지 않은 이전 연구자들로 나누었다. 그러나 최근 시간 강사 자격 변동자 이외에 이전 시간강사들을 고려할 때 이번 추경사업에 지원한 신청자는 매우 많았을 것이라 보인다. 단, 적어도 2편의 연구실적이 있어야만 신청이 가능하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시간강사로 지냈다면 박사학위 취득 후에 한창 연구력이 높아서 보통은 2~3편의 논문을 게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수의 지원자들이 신청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원 결과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번 추경사업은 학문후속세대의 연구안전망 확충을 위한 사업으로 그나마 소속기관이 없거나 추천기관 등을 섭외할 수 없는 나 같은 연구자에게 뜻밖의 행운과 같은 기회였다. 실제로 소속이나 추천기관이 없어서 지원을 못하는 연구자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계약교수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있으면서 그동안 열심히 했던 연구를 사장시키나 싶어서 아쉬움에 싸여 살았는데, 계약교수 이전에 시간강사 경력이 이렇게 사용될 줄은 정말 몰랐다. 더욱이 최근 다량의 연구실적도 크게 한몫했으리라 본다. 사실 연구실적이 없었다면 기회조차 꿈꿀 수 없는 것이 학술연구재단의 사업이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다 보면 가장 크게 필요한 자금은 역시 투고와 게재료이다. 한번 투고하는 데, 학회마다 다 틀리지만, 보통은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의 투고료를 내야 한다. 그리고 게재될 경우 30만 원 이상의 게재료도 내야 한다.  두 편의 연구실적 고려하고 있는데, 적어도 나에겐 100만 원의 사비가 필요한 셈이다. 더욱이 SCI급 논문의 경우는 1회에 백만원 이상이 들정도이다. 만일 논문 검수비용까지 고려한다면 그 이상이 든다. 그리고 설문조사라도 하게 되면 설문조사에 따르는 비용에서 교통비, 식비까지 비용이 적잖이 많이 소요된다. 실례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했을 때도 설문조사에 필요한 복사 비용과 설문 답례품 그리고 교통비, 심지어 설문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하는 식사비용을 생각할 경우 이 또한 만만한 돈이 아니다.

이처럼 연구력은 있으나 가장 기본이 되는 연구비가 없어서 연구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좀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보통은 실증연구를 하기 위해서 설문조사나 실험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돈이 부족하면 함부로 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실증연구를 하고 싶어도 주로 이론 연구에 머물곤 한다.


실증연구는 의외로 연구 주제를 쉽게 잡을 수 있으며, 분석이라는 막강한 힘으로 좀 더 명확하게 그리고 좀 더 용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론 연구는 연구주제는 잘 모르겠지만, 실증연구보다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어떻게 이론 연구 논문을 썼다지만 의외로 논문 게재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더욱이 연구의 대가 정도 되면 이론 연구를 쓰게 되면 대환영을 받겠지만 일개 이름 없는 연구자가 쓴 이론 연구는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실증연구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실증연구를 통해서 명확한 결과를 제시하는 연구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쨌든 교수들처럼 억 대의 연구비는 아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과 집안에 생활비를 일부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지원 사업에 예비 선정된 것은 가뭄에 내린 단비와도 같다.

평가기간을 지나 예비선정에서 선정으로 돌아서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양질의 연구 결과를 내어보고 싶다.


어쩌면 이번 기회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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