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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Dec 09. 2019

의도되지 않은 오해

가족 세 명이 모두 병에 걸려 골골거린다.

특히 딸아이가 수두에 걸렸다는 소식에 처갓집 부모님께서 병문안차 집으로 오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내 아내는 장모님의 건강에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에 전화를 걸어서 오지 말라고 했다.

아내의 의향은 혹여나 딸아이의 수두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해서, 그리고 내가 앓고 있는 감기에 옮을까 봐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오지 말라고 했을 뿐인데 너무나 속상하셨던 모양이다. 나 또한 그럴 가능성이 있다 보았으나 적잖이 서운해하셨다는 소리에 조금 신경이 쓰인다.


그저 걱정스러운 마음에 한 말이지만, 상대는 그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또한 이런 경우를 많이 겪어 봤는데, 의도치 않은 반응에 상당히 곤란한 적이 꽤나 많았었다. 그나마 사회생활에서는 상대에 대한 신뢰 문제로 매사에  신경 써가며 말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솔직히 제 의견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

"오해의 여지가 있어서 많이 망설였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조금 민감한 문제이지만 잠시 한 말씀드려도 될는지요? "

"혹여 오해를 받을까 싶어서 망설여 집니다만,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

좀 더 어른에게는 "충심의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이처럼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전에 예의를 담은 어구로 시작하는 법이다.


하지만 가족의 경우, 이러한 예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겉치레로 생각할 수 있으며 실제 가족끼리라는 생각에 빠르고 간단한 어법으로 중요 내용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가족 전체가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반면, 그렇지 않은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생활에서 대화하는 방식을 사용하기엔 조금 억지스러움이 있다. 적어도 가족인 만큼 지나친 예의는 너무 과장됨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좀 더 진지하게 그리고 상세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솔직히 이렇게 이야기한 것도 최근이다.


부모님은 나이 드시면 늘 불안해 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듣고 싶은 내용만 듣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심리는 리스크보다는 안정을 선호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는 자식이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늘 품 안에 자식이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식의 의사결정에 늘 문제가 있을 것이라 보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자식은 늘 부모를 안심시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의외로 여러 모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게다가 안심을 시키기 위해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상세하면 또 다른 걱정을 낳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핵심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절대 문제가 되지 않음을 먼저 인지시킨 다음에 본 내용을 말하는 방법을 써야한다.


매우 침착한 어조로

"정말 걱정돼서 그러는데"

"별일은 아니고요."

"큰일은 아닙니다."


라고 말하고, 이어서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진실된 어조로 말을 해야만 설득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모든 가정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만의 진실된 어조로 진지하게 말한다면 크게 부풀려질 오해는 막을 수 있을 거라 본다.


어쩌면 나 또한 나이가 들면 내 딸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다 믿으려 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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