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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Dec 31. 2019

딸과 함께한 2019년 마지막 날은 또 다른 경험.

오늘 나들이는 아빠의 욕심이었을까? 왠지 내가 착한 아빠 코스프레를 한 것같은 기분이 드는 하루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나 있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일어나기 싫어하는 딸아이를 깨워서 2019년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 위해 창원에 있는 과학체험관에 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아침부터 칭얼거리는 딸아이를 다잡고, 아침을 대충 먹이고 엄마가 출근하고 난 뒤에 딸과 나는 창원과학체험관으로 향했다. 영하의 날씨는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지만, 처음 방문한 과학체험관은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흥미를 유발했다. 창을 통해 보이는 내부 모습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법했다.


아침에 시큰둥했던 딸아이는 어디로 간데없고 신나게 자신만의 사진을 찍어댄다.

체험관에 들어서니 안내하시는 분이 입장권과 영화 상영관 발권을 도와주셨고, 우리는 긴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향했다. 2층과 3층은 전시실이 있고, 3층에 상영관이 있는데,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입구에서 영화 발권하듯이 미리 준비해서 입장해야 한다.

2층에서의 관람을 뒤로, 먼저 4D 상영관을 찾아서 창원에 대한 미래 이야기를 접했다. 그리고 나와서 3층 항공관에 들러 다시 전시실을 관람하고 또다시 시간이 되어 우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상영관으로 갔다. 거기는 의자를 뒤로 눕혀서 봐야 하는 곳인데 의외로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너무 따뜻하고 편했을까? 게다가 어둡기까지... 내가 졸았던지,, 딸아이가 깨운다

"아빠 자지 마세요"라며...


모든 관람을 마치고 나오려 했지만, 뭔가 아쉬웠던지 딸아이는 3층, 2층 순으로 다시 방문하여 체험을 즐겼다.

점심을 먹을 시간인데 배도 안 고픈지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점심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나가자고 딸아이에게 말을 하고 체험관을 나왔다.

원래는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나름 여유를 갖고자 차와 케이크를 먹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 딸아이도 그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했었고, 그런데 혹여나 하는 마음에 무엇을 구체적으로 먹고 싶냐는 질문에 딸은 갑작스럽게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내 의도를 완전 벗어나는 딸아이의 선택이었다. 그래도 딸이 먹고 싶다니 국수 종류를 선택했다. 인근에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해서 인터넷을 찾아서 가보니 마침 문이 닫혀 있었다. 결국, 이럴 바엔 집 부근에서 먹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집으로 이동하였다.


오는 길에 혹시나 마음이 바뀌었을까 봐서 다시 물어보았다. 역시나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고 한다.

집 부근에 도착해서도 이곳저곳을 찾다 보니 한참의 시간을 보내버렸다. 결국, 그리 맛이 없었던 식당으로 기억되는 집으로 향했다. 마침 거기에 국밥이 있어서 나는 국밥을 시켰고, 딸아이는 한결같이 비빔국수를 시켜서 먹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점심식사 선택에 이르기까지 순조롭지 못했지만 그래도 각자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이 집 매생이굴국밥은 정말 맛이 없는 편이었다. 그래도 따끈한 국물을 바랐던 탓에 심하게 나는 비린내를 참으 먹었다. 그런 생각으로 한참을 먹고 있는데,,,,


잠시 후, 딸아이가 심각하게 한 마디를 하였다.

"아빠, 저 화장실 가야 해요."

"그래 다녀와"


난처해하는 모습에 나는 눈치를 차렸다.


자연이 부름에 있어서 큰 것을 원하셨던 모양이다.

밖으로 나가서 있는 화장실이라 내 생각엔 좀 아니다 싶었다. 마침 집이 근처라서 빨리 가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반도 먹지 않은 음식이 너무나 아까웠다. 딸아이 보고 조금 참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럴 수 없다고 한다. 결국엔 반쯤 남은 음식을 뒤로하고 집으로 와야 했다.


어쩌면 오늘 일정은 아빠인 내 욕심이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마지막 좋은 추억을 위해서 계획했었는데, 2019년 마지막 날에 대한 나의 기억은 계속해서 우왕좌왕하고 아무것도 내 맘대로 순조롭게 보내지 못한 날로 기억될 것 같다. 이 또한 추억이라 말하겠지만, 오늘은 정말 어긋난 하루였다.

아마도 딸아이가 나의 통제에 더 이상 있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일이면 이제 8살... 초등학생 1년... 기대하고 싶지 않지만 기대가 된다.


지금 무사히 자연의 부름을 처리한 내 딸은 부족했던 점심을 충당 중에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서 비빔국수를 했을 것을 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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