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방학 때문에 내가 더 바빠졌다.
오늘은 방학 동안 유치원에서 방과 후 과정을 하는데 그때 도시락으로 싸가져갈 김치를 만들어야 한다.
다른 아이들은 햄이나 소시지를 찾는데 우리 딸은 가지김치와 오이김치, 그리고 배추김치를 찾는다.
인스턴트식품을 좋아하는 것보다는 좋지만 결국 내가 다 만들어야 한다는 게 좀...
어쨌든 내일부터 방학이고 당분간 정규과정 말고 방과 후 과정이 하루 종일 잡혀 있다. 유치원에서 밥과 김치 그리고 김이 제공된다고 하는데 그래도 우리 딸은 김치를 싸 달라고 한다.
계란말이나 볶음 종류로 준비해 줄게라고 말하면
아니요 김치요. 란다....
가지김치와 오이김치 그리고 집에서 만든 배추김치를...
오늘 김치는 최대한 색감을 살리고자 식은 밥까지 추가했다. 평상시에는 밀가루 풀이나 밥을 추가하지 않는다. 추가하면 빨갛게 물이 잘 들어 보기에는 좋은데 그냥 개인적으로 밥을 넣지 않은 김치를 더 선호한다.
어쨌든 오늘 만들 김치는 총 4 가지
가지김치, 오이김치, 배추김치 그리고 무김치
먼저 들어가는 양념은 동일하다.
북어와 다시마 육수, 마늘, 새우젓, 멸치 액젓, 양파, 부추, 채선 무를 사용한다. 그리고 여기에 오늘은 밥 반 공기
우선 무김치부터 담갔다. 무김치는 부추나 무를 넣지 않고 양념만 넣었고 거기에 설탕을 추가해서 달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오이김치, 원래 오이소박이를 만들려 했는데 금방 먹고 없앨 요량으로 그냥 다 잘라서 담갔다. 어차피 딸아이도 초기에 몇 번 먹다가 안 먹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냥 비빔밥 해 먹을 때 고명으로 쓰기 좋게 깍둑 썰어 담갔다.
가지김치도 모양은 둘째, 그냥 무조건 잘라서 끓는 물에 정말 살짝 데쳐서 담갔다. 경우에 따라 다르는데 어떤 집은 가지를 푹 찌거나 끓는 물에 많이 데쳐서 담지만 내가 하는 방식은 정말 살짝 데쳐서 사용한다. 그래서 막 김치를 담가서 먹으면 가지의 아린 맛이 남지만 며칠 재워두면 아린 맛이 사라져 나름 김치답다.
마지막 배추김치, 몇 주 전에 담근 배추김치를 다 먹어가서 한 포기 더 구매해서 담갔다. 배추 한 포기 4천 원짜리를 김치로 담고 나니 대략 2kg 정도 된 것 같다. 맛은 덜하겠지만 시중에 파는 김치를 고려할 때 약 1만 5천 원짜리 정도 된 듯하다. 보고 있으니 뿌듯 뿌듯...
결국 다 담그고 나니 나의 온몸이 양념투성이가 되었다.
그나마 바닥에 아내가 가져온 신문지를 깔고 담갔으니 망정이지 아무 생각 없이 했다간 난리 났을 것이다.
이렇게 김치를 만들고 나니 뿌듯하고 기분은 좋은데 과연 딸아이가 꾸준하게 김치를 싸서 갈까? 싶다.
뭐 안 가져가면 나의 비빔밥 재료이자 물에 밥 말아먹을 때 먹는 반찬이 될 것이다.
사실 우리 집에서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우리 딸이 김치 김치 하지만 막상 그리 많이 먹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유치원생들과 비교하자면 많이 먹는 편이다. 특히 나의 아내는 김치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김치를 담그면 참 좋은데 결국 나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음식이라 평상시에는 잘해 먹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은 김치가 먹고 싶을 때 구매해서 먹지만 개인적으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렇다고 선뜻해 먹기도 그렇고..
여하튼 오늘은 한동안 먹을 김치가 생겼다. 지금 거실은 온통 젓갈 냄새다. 구수하고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