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Mar 03. 2020

최선과 함께하는 넘어섬의 노력

어떻게 제목을 만들어낼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억지로 억지로 만든 제목이 "최선과 함께하는 넘어섬의 노력"이다.


오늘은 딸아이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중에 정리를 잘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물어보았고, 아이는 심각한 얼굴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빠, 최선을 다했어요".


뭐라고 말을 해 줘야 할까 생각하다.

최선의 의미를 되짚어 보기로 했다.


"딸, 최선이라는 말이 무슨 말일까?"

-------"열심히 하는 거요"


"그렇지? 열심히 하는 거지? 그런데 최선이라는 말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


"너에게 4살짜리 아는 친한 동생이 있다고 치자, 알았지? 그 동생은 1에서 10까지 숫자를 알고 있어, 그런데 너는 100 이상의 수를 쓰고 필요하다면 1000만도 읽을 수 있어. 이해되니? "

-------"네, 제가 더 많이 안다는 거죠? " (더 많이 안다는 소리에 잠시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 맞아. 그런데 4살짜리 동생이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한다면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네가 최선을 다해서 공부한다면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 ~~"


"적어도 4살 동생은 10까지는 알기 때문에 1에서 10의 숫자를 잘 이해하고 쓰고 읽겠지?"

-------"네"


"너는 어떠니? 더 많이 할 수 있지?"

-------"네"


"그래, 그게 바로 최선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소리야, 이해되지?"

-------"네"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최선이라는 말은 아까 말했듯이 네가 알고 있는 것에서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이지. 그런데 아빠가 바라는 것은 네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그것보다 조금 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노력을 했으면 해. 만일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더 이상 다른 것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

-------"모르겠어요"(여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우리 딸이 알고 있는 것들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이상 다른 것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늘 지금 모습 그대로 일 수 있어. 네가 나중에 언니야들처럼 나이가 들어도 지금 아는 것만 이해하고 행동하면 좋을 것 같니?"

-------"잘 모르겠어요"


"다시 말할게, 지금 딸이 더하기 빼기를 잘하잖아? 그런데 다른 노력 없이 네가 아는 것만 최선을 다해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 지금처럼 더하기 빼기만 하면 좋을까?

-------"그럼 싫을 것 같아요." (드디어 조금 이해해 가는 것 같았다.)


"싫겠지? 여기서 공부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단다.

배울 때는 선생님한테서 배우기도 하고 아빠 엄마에게서도 배우기도 하지, 그러다 잘하면 칭찬받고, 못하면 꾸중도 듣고, 그렇지?"

-------"네"


"정리정돈도 마찬가지야. 네가 정리를 잘못했으면 아빠가 자주 잔소리를 하는데, 아빠가 계속해서 잔소리를 한다는 것은 네가 아빠 말을 듣긴 들었지만, 그제 잔소리로만 듣고 고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해.

그런데 잔소리는 딸이 잘못하고 있으니까 잘하라고 가르치는 거고, 가르치는 잔소리를 듣고 네가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고치지 않았다는 거지. 내 말이 맞지?"

-------"네 맞아요. 근데 최선을 다해도 왜 잘 안돼요?"(아마도 최선을 다하면 다 좋은 거 아닌가를 물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건 네가 최선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어서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네가 알고 있는 것들을 통해서 최선을 다했다면, 이다음엔 무엇이 있을지 딸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거야. 스스로 찾지 않으면 그냥 최선만 다했을 뿐이지. 어떻게 이해가 되니? "

-------"잘 모르겠어요".


" 우리 딸은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 그리고 동영상 보면서 춤을 따라 하고, 그리고 때론 그 춤에서 다르게 춤을 추기도 하지? 그때 어땠어?"

-------"재밌어요"


"그래 네가 그렇게 재밌게 다른 방법을 찾은 거지. 동영상에 나오는 춤만 보고 최선을 다했다면 그 춤과 비슷하게 췄겠지만 늘 같은 춤만 추게 되지. 그러나 우리 딸은 최선을 다해 춤을 추고 난 뒤에 네가 스스로 다른 춤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스스로 찾는 방법이라고 보면 돼"


(그제야 이해가 되는지 아까보다 표정이 밝았다)


"그러니까, 아빠가 잔소리를 할 때는 네가 아직 고치지 않아서 계속 잔소리를 하는 거고,,, 만일 네가 그 잔소리를 듣고 생각을 해서 아빠 시키는 대로 행동을 바꾸려고 노력했다면 그것이 바로 최선을 넘어서려고 노력했다는 거란다.

다시 말해서 몇 년을 같은 소리로 정리 정돈하라고 잔소리를 하는데, 그 잔소리를 열심히 듣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딸이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정리정돈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지. 아빠 말 알겠어? "

-------"네" (그리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다소 억지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갔지만,,,, 겨우겨우 이해를 시켰다.




사실 이제 막 8살이 된 딸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는 다소 벅찰 수 있겠지만, 억지로라도 이해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정말 간단한 방법은 매를 들고 공포감을 심어주면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 방법엔 늘 상처가 마음에 남게 되는데 나의 경험을 비춰봐도 정말 좋지 않은 방법이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아빠의 잔소리를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딸아이가 스스로 찾아가는 버릇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 이해를 못해도 나름 이해시키려는 의도는 반복학습 효과를 위해서다. 한 번보다는 두 번이 좋고, 두 번보다는 세 번이 좋으며, 학습과 경험의 수는 그 횟수가 많을수록 체화된다. 그렇게 체화되면 그제야 자신에게 맞게 변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의 성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