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단 둘이 여행

by 공삼

여행은 설렌다. 그러나 가끔은 여행이 설렘에서 고통이 될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마치 숙제와 같다. 아니 숙제처럼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함께 해야만 그나마 안전한 여행, 즐거운 여행을 가질 수 있다.

여행은 가려는 것은 즐겁기 위해서 떠나는 게 목적이다.
여행을 통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여행을 통해서 자신을 힐링하기도...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다시 말해서 여행은 자신의 행복과 쾌감을 위한 행위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철저하게 개인적인 여행이 아이와 함께 하게 되면 때론 남을 위한, 서로를 위한,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여행이 될 수 있다. 지금 내 딸아이는 한국 나이로 7살이다. 그나마 나이가 들어서 서로가 어느 정도 대화가 되니 여행하는 동안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 생겨서 나은 편이다. 그러나 그전에는 여행을 하고 있지만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많아도 그 속에서 힐링을 하거나 개인적인 행복감은 감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 같이 함께하는 행복감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되돌아 생각해 보면, 다 같이 함께 행복을 누리려는 여행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나만을 위한, 내가 행복하려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고통이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아이와 여행을 할 때는 자신보다는 아이의 입맛에 맞추는 여행을 해야만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숙제와 같다고 말을 했다.

한 번은 딸과 함께 단 둘이서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나름 괜찮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때가 내 딸아이 나이 6살 겨울 때였다. 울산 진하해수욕장 부근에 위치한 솔개해수욕장에서 단둘이 여행을 가질 요량으로 몇 날 며칠을 계획했었다. 마침 아내는 출장으로 집에 없었고, 주말을 딸과 함께 보내야 해서 아침에 고기도 사고, 이것저것 구입도 하고 나 혼자 바빴다.

딸과의 단 둘이 여행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졌었고, 나도 모처럼 딸과 함께 하면서 조용한 해변가를 거닐며 힐링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상상은 초장부터 깨졌다.

연이어지는 불필요한 질문과 아이의 불평과 요구 사항들...

한 가지 해결해 주면 1~2분도 안 돼서 다시 뭔가를 요구하는 딸아이...

이 때문에 여유라고는 전혀 누리지 못했었다. 사실 펜션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집으로 오려했지만 딸아이의 한 마디에 그냥 다시 오게 되었다.


아빠 그만 가요. 재미없어요.
엄마는요?


여행 오기 전날에 그렇게 입이 닳도록 이야기를 했지만 딸아이에게는 그건 아빠가 자기한테 단순히 뭔가를 말한 것일 뿐 자기가 함께 해야 하고 지켜야 할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솔직히 화가 났지만, 거기에 화를 내는 것도 우습고 안 그래도 딸아이의 무차별적 질문과 요구 사항에 지친 탓에 그냥 떠나기로 했었다. 집에 돌아오니 딸아이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딸을 안고 방에 누이고, 다시 짐을 가지로 왔다 갔다 하며 짐을 옮기고 나니 밤 10시가 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제야 그렇게 원했던 조용한 힐링의 순간이 찾아왔다.
거실 식탁에서 눈을 감고 있으니 윙윙거리는 냉장고 소리와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를 제외하고 조용하다. 딸아이와 나름 멋진 추억을 만들 요량으로 여행을 가졌지만 되려 밖에서의 여행보다 여행을 다녀와서 집안에서 제대로 힐링을 하게 되었다. 냉장고에서 소주와 맥주를 꺼내어 큰 글라스에 말아서 시원하게 한 잔 들이켜니 방금 전까지 답답했던 속이 내려갔다.
이처럼 서투른 아빠가 딸과 함께 단둘이 여행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가족여행을 가면 그나마 엄마나 아빠, 둘 중에 한 명이 아이를 케어를 하기 때문에 번갈아 가면서 자신의 여행 시간을 누릴 수 있지만, 어린아이와 단둘이 가지는 여행에서는 자신을 위한 여행 시간을 가지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가족 여행을 가도 아이가 자고 난 뒤에 아내와 함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가장 힐링의 시간이었다. 가끔 블로그나 SNS에서 아이와 단 둘이 여행을 했다는 글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7살이 된 딸과 함께 다시 단 둘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실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출장 중인 아내를 만날 계획이었다. 특별한 여행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딸아이를 데리고 비행기 타러 김해공항에 가서 발권받고 공항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그리고 비행기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하여 만날 장소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니 적잖이 신경이 쓰였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딸은 마냥 신났다. 자기 입으로 설렌다는 단어를 쓸 정도로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집에서 김해공항으로 가야 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딸아이의 붕 뜬 마음을 잡아주려고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그런데 역시나 더운 여름 날씨에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리무진 버스 시간에 아이는 지쳐가고 있었고 불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그나마 불평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리무진 버스가 와서 우리 둘은 나름 시원하게 김해공항까지 이동이 가능했다. 불평스런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문제는 공항에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원래는 시간을 맞춰서 오면 되지만 리무진 버스 시간과 우리가 정한 비행기 시간의 간극이 큰 바람에 어쩔 수 없이 2시간 이상의 시간을 공항에서 보내야 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딸아이는 잘 견뎌주었다. 김해 공항 3층에 올라가서 그림도 구경하고, 이곳저곳도 구경하고, 점심시간이 다 되어 도넛도 사 먹고,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어묵도 사 먹고, 1층에 가서 구경시키고, 다시 2층, 다시 3층으로 이동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지루하지 말라고 계속 움직이다 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되어 수속을 밟고 탑승구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동안 수속도 잘 받고, 알아서 검색대도 잘 통과하고, 좀 더 기다려야 한다니 의젓하게 기다릴 줄도 안다. 밖에 서 있는 비행기를 보며 신기해하고, 그러고 보니 태어나서 처음 가까이서 보는 비행기인 셈이다.
그렇게 이동 간 여행이었지만 딸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딸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는 새로운 경험을 가졌고, 아빠인 나도 모처럼 비행기를 타보는 신나는 경험을 가졌다. 근데 난기류로 비행기가 흔들리는 건 여전히 신경 쓰였다. 딸은 계속해서 신나 했다. 하늘에서의 40분이 정말 빨리 지나버린 것 같다.

6살이었던 딸과 7살이 된 딸과의 여행이 완전히 달랐다. 아이가 7살이 되어 달라진 점은 불평불만이 적어지고 딸과 함께 농담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화장실도 혼자서 해결하니 전처럼 아이 손 붙잡고 남자 화장실에 갈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너무나 좋다. 전업주부인 아빠이지만 남자 화장실에서 내 딸의 볼일을 보게 하는 게 작년까지 매우 꺼려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기 혼자서 여자 화장실에서 잘 해결을 하니 너무나 고마울 따름이다.

어느 누군가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오히려 1살 때가 가장 쉽다고 말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2살부터 3살 때까지 종잡을 수 없는 아이의 모습에 말 그대로 패닉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4살 5살 때에는 아이의 고집에 아빠 엄마들이 많이 화를 내고,
6살 때부터 설득이 되니 점점 쉬워진다. 그래도 여전히 따지고 고집이 강했다.
그리고 7살이 된 지금은 아빠랑 농담하며 지내는 정도가 된다.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 것들이 많지만 그래도 그동안 지내온 딸과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7살 지금의 모습이 지난 6년간의 육아에 대한 보답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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