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

by 공삼

오후 늦게 딸아이가 불안한 목소리로 나를 찾는다.

"아~~빠~~"
"왜? 무슨 일 있니? "
"이가 아파요... "


자세히 보니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유치가 빠질 모양이다. 우선 무서워하는 딸아이를 안정시키려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아, 그거 곧 빠지는 거야... 유치가 빠질 때 됐어.
걱정하지 마, 내일 치과 가서 뽑자. "


뽑자는 말에 눈이 동그랗게 변하자 울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이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너희 유치원에 이 빠진 친구들 없어? "라고 묻자."있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 친구들 이가 없다고 맨날 울고 다니니?"라고 묻자,,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유치는 그냥 쉽게 빠지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일 치과 가서 뽑으면 금세 나아질 거야."


그래도 여전히 불안해한다. 얼른 일하고 있는 아내에게 유치가 빠질 것 같다고 말하고, 내일 치과 가서 뽑아야겠다고 문자를 남겼다. 저녁에 아내가 돌아왔고 아내는 딸을 보자마자 웃으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와~~ 우리 딸.. 이제 언니야 되는 거네? 축하해"


그러자 신기하게도 방긋 웃으며 신나 한다. 아까만 해도 내가 이야기할 땐 불안 불안했었는데, 거참!!!
아무래도 딸아이에게 던진 말이 달라서 그런가 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을 거라 위로했는데, 오히려 그게 뭔가가 더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내는 보자마자 축하한다며 아이가 좋아할 말을 건넸고, 그 덕에 기분이 좋아졌던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대화에 큰 차이가 있었다.

상세한 진실이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인지부조화 현상을 피하려고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건 어른이나 아이나 마찬가지다. 그러고 보니 내가 딸에게 너무 있는 그대로 말을 했던 거였다. 반면에 아내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주제로 대화를 집중시켰고 그 덕에 아이는 안도를 넘어 당연하게 뽑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러고 보면 사람은 자기 편한 대로 대화하려는 게 분명하다. 나부터 그러니 말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늘 상대하는 엄마나 유치원 선생님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중적 가치관과 방법을 가지고 생활을 하는 셈인데 적잖이 피곤할 것 같다.
다음 날 난 유치원 선생님께 문자로 치과를 다녀와야 해서 조금 늦겠다고 연락을 남기고 아이를 데리고 치과를 찾았다. 아이는 늦게 유치원에 간다고 마냥 신나하고 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꽤나 시간이 많이 걸렸다. 딸아이 차례가 되어 들어갔는데 너무나 씩씩하게 들어선다. 의외다.
딸아이가 치료대에 눕자마자 어제 나랑 이야기한 것을 물어보란다. 그래서 나는 간호사에게 유치를 가져갈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법이 바뀌어서 가져갈 수 없다고 한다. 다른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란다. 법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딸아이도 나도 아쉬웠지만 깔끔하게 포기했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는데 일단 엑스레이부터 찍으란다. 그래서 엑스레이를 찍었고 잠시 후 사진을 살펴보니 유치 아래에 새로운 이들이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나도 이미 40년 전에 경험을 했지만, 눈으로 유치 밑에 존재하는 새로운 이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사진을 보고 난 후, 의사 선생님이 바로 치료대로 향했다. 그리고 집개 같은 걸 들더니 정말 순식간에 이를 뽑아 버렸다.

엥? 이게 다야?

소독용 솜을 이 사이에 넣더니 약 30분간 물고 있으란다. 의외로 정말 빨리 끝나서 아이는 신나 했다. 그 길로 바로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살펴보니 피가 소독솜에 가득했다. 이거 괜찮을까? 싶어서 걱정을 했는데 딸은 신이 났다. 딸아이는 엄마 말을 기억이라도 하는지 언니야가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지 피로 물든 솜뭉치를 이에 훈장처럼 물고 웃으면서 들어간다.


초보 아빠는 이 뽑는 순간도 움찔했고 피가 흥건해서 약간 소스라쳤는데 딸은 마냥 신났다. 가끔은 내 딸의 마인드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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