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로부터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다. 내용은 등교 방법에 대한 설문조사였다.
총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질문 내용은 이러하다.
1. 학급별 5부제 등교
2. 각 학반을 A, B 두 그룹으로 나누어 2일 등교 수업, 3일 원격수업
3. 전교생이 매일 등교 및 오전 수업 우영
4. 기타
총 4가지 설문에 대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전체 888명 응답 테이블 중 772명 응답 참여
전교생 매일 등교 및 오전 수업 운영 희망(357명)
2일 등교 수업, 3일 원격수업 병행 희망(233명)
학급별 5부제 등교 희망 (114명)
기타 의견 (68명)
- 9월 개학, 1학기 내내 또는 완전 안정기까지 온라인 수업 희망( 53명)
- 오전 수업하더라도 단축 및 급식 미실시 희망(6명)
- 정상 등교(일상적 등교) 희망(6명)
-격주 등교 희망 3명
종합의견 및 결정 사항
학부모 의견 수렴 결과 5부제, 격일제등 원격수업 병행 의견 (53.8%)이 전교생 매일 등교 및 오전 수업 운영 희망(46.2%)보다 다소 높은 편임.
생활 속 거리두기와 학교의 학생 밀집도 최소화를 통한 감염병 예방이 교육부와 도교육청의 기본 방침이므로 본교는 2일 등교 수업, 3일 원격수업 병행의 방법으로 등교 개학을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하였음.
설문조사에서 설문 결과,, 뭔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 개별 질문을 살필 때 매일 등교 및 오전 수업 운영 희망이 결정되어야 하는데. "각 학반을 A, B 두 그룹으로 나누어 2일 등교 수업, 3일 원격수업이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그 단서로 교육부의 지침을 따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술 통계치 결과는 매일 등교를 제외한 나머지 값을 모두 합한 결과가 더 높다는 식이다.
현 상황이 코로나로 힘든 입장이다 보니 학교의 결정을 충분히 존중하지만, 기술 통계치 결과로 볼 때 오류가 매우 크다고 언급하고 싶다.
통상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결과치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설문은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방법에서 벗어났다. 흔히 통계를 배운 사람이라면 이런 해석은 말도 안 되는 해석이자 결과이며 자의적인 해석이라 말한다. 왜냐?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통계 관련 수업을 해 본 사람들이 이제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잘못 가르쳤다는 꼴이 된다.
사실 설문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솔직히 너무나 가당 찼다. 어떤 의도인지는 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판단의 근거를 이런 식으로 잡다니... 정말 한때 교육자였던 내가 얼굴이 붉어졌다.
아마도 많은 부모님들이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가 얼마나 엉터리이며 불공정한 것인지.. 만일 코로나와 같이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욕을 들을 만한 조사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설문을 해야 하는 것일까?
설문을 실시하기 전에 질문 문항을 2로 나누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타에 대한 것은 제안점으로 두어 설문 참여자가 코멘트로 글을 달도록 했다면 좋았으리라 본다. 매일 등교를 할 것인가? 아니면 간헐적으로 할 것인가를 먼저 설문을 하고,, 만일 간헐적으로 등교를 원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이 맞는 수순이다.
또는 굳이 4가지 질문을 할 것이라면, 단서 조항을 반드시 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매일 등교 이외의 방법은 모두 합산한다는 식으로 단서를 달는 것이 혼란을 야기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뭣하러 설문 조사까지 하면서 의중을 물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교육부 지침대로 시행할 거라면 말이다. 아마도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감염이 될 경우, 단체 결정에 면죄부를 달기 위함이라 판단해 본다. 법을 좀 아는 사람이라면 왜 그리 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게다가 통계 값을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혹여라도 누군가는 학교에서 코로나를 핑계로 아이들의 교육을 회피하고 있다는 식으로 오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실 그런 오해는 내 주위에서 벌써 나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설문 조사 문항을 처음 보면서 바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설문 문항이 매일 등교를 위한 설문 문항이 아니라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문항별 결과치를 살피면 매일 등교를 바라는 학부모가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가정에서 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부족함과 불편함 등이 많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이가 집에서만 공부를 하게 된다면 결국 규칙에서 벗어나 충분히 자기 편의적으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는 염려도 적지 않다.
결국 절충안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이는 2일 등교, 3일 원격 학습으로 결정이 되었지만,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언급한 부분이 매우 합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떠한 설문에서도 이런 식으로 결과와 결론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매우 자의적이며, 조직 편향적 결과라고 볼 수 있어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설문에 참여하는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문항처럼 되기를 바라고 선택하기 때문인데, 매일 등교를 선택했던 사람들에게는 적잖이 불쾌감을 가졌으리라 본다. 그러나 이 또한 함부로 불쾌감을 표하지도 못할 입장이다. 이유는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좀 더 문항을 잘 만들어서 설문을 했다면, 미리 단서 조항을 달아서 결과에 대한 불신을 막았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적어도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되는 방법으로 설문을 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경상남도 교육청에서 포맷을 갖추어서 설문을 했다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일 것이다.
사실 이런 설문조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식은 정치 선거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 여당이 45% 야당들이 합쳐서 55%라는 식과 흡사하다. 그러나 그런 결과치에 대한 해석은 함의점에서나 쓸 내용으로 논문이었다면 결과가 아닌 결론에 언급되는 부분이다. 결과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제시해야 한다. 반면, 결론은 다시 자신의 생각이 포함될 수는 있다.
어쨌든 오늘 설문조사 결과를 온라인으로 바라보면서.. 가장 다수의 선택이 매일 등교였는데 종합의견 부분에서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감염 우려가 있어서, 그리고 교육부 지침에 따라 매일 등교 이외의 문항 결과를 모두 합산하여 2일 등교, 3일 원격수업으로 결정했다는 내용은 다소 실소를 낳게 했다.
난 적어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이런 실수를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