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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Jun 08. 2020

넥타이

모처럼 내 옷들을 정리하려고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멍하게 한 곳을 쳐다보다 얼른 옷장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옷장을 열었다.


옷장 문쪽에 걸려 있는 나의 넥타이가 내 눈에 들어왔는데...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졌다.

옷장 안 헹거에도 걸려 있는 넥타이... 어림 잡아도 개수가 꽤나 된다.


가정주부가 되기 전까지 행사가 있거나 외부 일을 할 때 자주 착용했던 넥타이들...

2년이 지난 지금 그냥 그대로 항상 대기 중이다. 아니,, 어쩌면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일부 넥타이는 지금도 새것처럼 보이는데,,,


넥타이 하나하나 만져보는 순간 옛 기억이 떠 올랐다.

이건 국제학술대회 때 착용했었고, 이건 CEO 교육프로그램 때 착용했었고, 이건 대외 행사 참여 때 사용했던 것들이고, 그리고 이건 개강 수업 때 학생들을 맞이하면서 사용했던 것이고,,,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떠 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제 자주 사용하는 넥타이는 검은색 넥타이 두 개뿐이다.


남자에게 넥타이는 대외활동에 있어서 일종의 액세서리와 같은데,, 이제 나는 더 이상 화려한 넥타이를 착용하지 않는다. 아쉽다고 부엌일 하면서 넥타이를 착용할 수 없는 노릇이지 않나.

잠시 서글펐다. 능력을 인정받고 열심히 했음에도 나의 넥타이 멋 부림은 2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유독 붉은색과 짙은 파란색 넥타이를 선호했었다.

장모님께서 사주신 빛나는 알록달록한 여러 넥타이도 있는데,,, 너무 유하게 보일까 봐서 주로 강한 색을 많이 착용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가장 많이 착용했던 넥타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올이 많이 나가 있었다. 그만큼 나와 함께 많이도 외출한 흔적일 테다. 저절로 나도 모르게 이 많은 넥타이를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스친다.


옷을 정리하려고 옷장 문을 열고, 그렇게 한참을 넥타이를 둘러보고 그냥 닫아 버렸다. 내가 선택한 일이며, 아무리 내가 능력이 있어도 결과적으로 나의 부족함으로 아까운 넥타이를 그대로 방치해 놓은 듯한 마음에 속이 쓰리다.


그래도 왠지 가볍게 버릴 수 없을 것 같다.

이 또한 미련일 것인데,,, 버리면 정말 아쉬울 것 같아 못 버리겠다. 아마도 더 이상 사회생활에 대한 미련을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될 때쯤이면 버릴 수 있으려나?

문을 닫기 전 검은색 넥타이를 보니 더욱더 내 마음이 암울해진다.


넥타이를 하면 목이 조여 조금 답답했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하면 그것만큼 편할 때가 없었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는 생각으로 집으로 향했던 기억이 선하다.


그렇게 나의 행동과 마음의 완급을 조절해 주었던 넥타이가...

이제는 착용하지도 않았는데 보기만 해도 목을 조이는 것 같다. 아마도 한동안 아련할 것 같다.


다음번 옷 정리할 때 옷장 문을 열  때  넥타이가 더 이상 미련의 흔적이 아닌, 추억을 선사하는 넥타이였으면 하는 바람만 남겨두고 옷장 문을 닫아 버렸다.


내 마음과 달리, 지금 밖은 화려한 연분홍 넥타이처럼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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