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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Jun 15. 2020

주부는 억울하다.

주부는 억울하다는 생각은 내가 주부 생활을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바이다. 

예전에 주부들이 억울하다 하면 뭐가 그렇게 억울할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솔직히 밖에서 보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자기 계발에 있어서 시간은 충분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주부생활을 해 보니 시간은 충분하나 그 시간이 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주부들은 손쉽게 그냥 시간이 없다고 말을 한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참에 말하지만,,, 시간은 충분하나 내 시간이 아니다 라고 말해 두고 싶다. 


물론 개인적 차이는 언제나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말로 뭘 좀 배우지?라고 말을 한다. 때론 진지하게 뭔가를 배우기를 강하게 권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배우고 싶은 마음에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결국엔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포기하냐고 되물어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마다 답하기가 참으로 애매하다. 마치 나 자신이 의욕이 없어서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주부로 생활하다 보니 집안일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더라도 하루 24시간 중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작지는 않다. 그래도 뭔가를 학원에서 배우려고 하면 결국엔 부딪히는 문턱이 하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시간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서 또 시간 이야기를 하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을 법하다. )

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학원에서 배우는 시간을 말한다. 오전 9시에서 저녁 6시경에 끝나거나 야간 수업이 있긴 하지만 그 또한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한 번은 드론을 배우고 싶어서 알아보았다. 집중 교육과정으로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교육을 하는데 약 한 달간 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주말반을 알아봤는데 주말반도 오전부터 밤까지 3달에 걸쳐서 교육을 받아야 했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뛰어들지 않고서는 다른 일을 하면서 배워서 자격증을 이수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준비하고, 아내가 식사하고 출근하고 나면, 아이를 깨워서 밥을 먹이고 9시부터 시작하는 온라인 교육을 시켜야 한다. 교육이 끝나면 학교에서 내어준 계획서대로 진행하고 12시쯤에 학습이 끝난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나는 잠시 짬을 내어 블로그나 브런치에 게시할 글을 쓰고, 2시가 가까이 오면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주고, 약 한 시간 동안 장을 보거나 내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3시가 되어 다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고, 집에 와서 빨래와 이곳저곳 청소를 하고 다시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을 먹고 딸아이와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8시 30분, 그때부터 딸아이를 재우고, 10시 넘어서 아내가 퇴근하면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친다. 


그나마 온전하게 내 시간은 오후 딸아이 피아노 학원 가기 전 1시간과 피아노 학원에 있을 1시간, 그리고 저녁 먹고 나서 딸아이와 이것저것 하고 잠잘 시간이 되어 딸아이를 재우고 나서 아내가 오기 전까지 약 2~3시간, 그리고 잠을 자지 않고 새벽까지 글을 쓸 때면 한두 시간 더 내 시간이 된다. 그래서 보통은 4시간에서 5시간이 온전한 내 시간인 셈이다. 


흩어져 있는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고자 엑셀을 열어서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설계도 해 보았지만, 집중하는 데 분 단위 시간은 오히려 방해만 될 뿐 그리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집중이 안 되어 나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예 힘들더라도 가족들 다 자는 시간에 한두 시간 정도 더 글을 쓰고 학습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물론 다음 날 무지 피곤하지만... 


이런 생활 속에서는 무언가를 배우기란 솔직히 어렵다. 

그나마 가능한 것이 하나 있는데 온라인 교육이다. 나는 올해 초 온라인 교육을 짬 내어 받았고 시험을 쳐서 자격증 3개를 땄다. 그나마 그동안 내가 이룬 업적이랄까? 하지만 그 자격증은 나 자신을 위한 위로의 도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또 한 번은 미싱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미싱 학원이랑 동네에서 추진하는 학습을 알아본 적이 있다. 이 또한 시간이 문제였다. 가르치는 쪽에서 오전 9시에 시작하거나 오후 5시경에 수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수업도 약 2~3시간 정도인데 내 입장에서는 솔직히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학습하는 동안 내 딸아이는 어떡하나? 가 늘 나를 따라다니는 문제의 꼬리였다. 


반면, 내 일정에 맞춰서 학습이 시작되는 곳은 전혀 없다. 그들도 낮에 일하고 저녁이면 집에 가서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있다면 방금 전 말한 온라인 교육과 유튜브에서 따라 하는 정도다. 그나마 기술은 배울 수 있다. 

그런데 기술은 그렇게 배운다 쳐도 학원에서 배워서 시험을 통해서 얻게 되는 자격증은 사실상 쉽지 않다. 


자기 계발에 대한 개념을 어디까지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재교육에 대한 욕심은 자격증에 있는 게 현실이다. 즉,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에 전념하는 사람에게 재교육이라는 울타리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주위에서 시간이 넘쳐나면서 왜 아무것도 하지 않냐고 지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래전에 내가 그런 생각을 했듯이. 


그리고 지금 주부생활을 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그리 쉽지 않은 이유를 알았고, 대신 변명하고 있다. 


시간은 많으나 내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부라는 것을 선택하는 순간 경력단절이라는 말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나마 아이가 혼자서 생활할 때쯤이면 시간이 나겠지만 솔직히 앞으로 2~3년 간은 어려울 것이라 본다. 

그렇게 주부가 되어 가정을 지키는 데 힘을 쓰는 반면, 개인의 희망은 반비례적으로 줄어든다. 

그러고 보니 처음 주부생활을 했을 때는 꿈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꿈의 크기와 정도가 매우 작아지고 적어졌다. 그래서 지금 내가 꾸는 꿈은 집에 머물면서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전히 겁이 나는 것은 나중에 아이가 다 크고, 혼자서 뭔가를 하려 할 때 그때 가서 주위 사람들이 "그동안 뭐했냐?"라는 질문을 할까 봐 염려가 된다. 아마도 그때 가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정말 억울하고 한스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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