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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Jun 15. 2020

아이는 아빠를 요리사로 보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집에서 해 먹었던 음식들이다. 

시원한 것을 먹고 싶다고 해서 냉메밀을 준비했었고, 그래도 사이드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감자전과 김치전을 준비했었다. 

다음 날 토요일,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시원한 것을 먹고 싶다는 말에 냉라면을 준비했다. 

그리고 일요일은 냉장고를 털어서 오징어 크림 스파게티와 샐러드 그리고 연어구이를 해서 먹었다. 아내와 딸,, 모두 잘 먹어 주었고, 맛있다면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미 딸아이는 아빠를 요리사쯤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제 나도 어느 정도 집에서 하는 요리는 잘하는 편에 드는 것 같다. 

요즘은 워낙에 인터넷에 좋은 레시피가 잘 나와 있으니 이 또한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본다. 


우리 집은 아침을 꼭 챙겨 먹는다. 그리고 딸아이를 코로나 때문에 옆에 끼고 살다 보니 점심과 저녁을 모두 집에서 해결한다. 그나마 토요일과 일요일은 밖에서 외식을 하긴 하지만, 요즘같이 더운 날은 외식보다는 역시나 집밥을 선호한다. 


오늘은 딸아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숙제를 하는데, 장래 희망란에 요리사라도 적어 두었다. 

그것을 보고 나는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딸아이 보고 물어보았다. 

 

왜 요리사가 되고 싶어?라고, 


그랬더니 요리사를 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요 라고 답했다. 


참으로 아이다운 답이었다. 그 답에 절로 미소가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했다. 주로 내가 보여주는 것이 요리였구나 하는 생각에 말이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아빠가 주부생활을 하면서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요리사의 희망을 보여 줬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정말 요리사가 된다면 축하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요리사라는 직업의 힘듦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선뜻 나서서 응원하지 못했다. 그냥 "그래 열심히 하면 요리사가 될 수 있단다. 대신 아빠는 요리사가 아니야... 요리사가 되려면 아빠가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해. 알았지?"


그 말에 아주 짤막하게 대답한다. "넵 아버님"이라고... 신나 하면서...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아마도 나의 요리도 그 정도일 것이다. 

물론 학교 다닐 때부터 틈틈이 요리하는 것을 즐겨했고, 전라도 출신의 내 어머니의 손맛을 조금 닮았던지 맛은 그런대로 내는 편이지만, 요리가 생활이 되는 순간 너무나 당연하게 보이고 느껴지는 모습에 그렇게 큰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저 가족이 잘 먹어주고 맛있다고 해주면 그 순간 나는 미슐랭 쓰리스타가 될 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금부터라도 우리 집 레시피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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