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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Jun 17. 2020

결국엔 가정주부는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다.

며칠 전 나는 주부는 억울하다는 글을 적은 바 있다.

글의 논점은 가정주부로 살면서 시간은 많으나 그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글로 여러 사람들에게 핀잔을 받았다. 그것도 전부 남성에게서...

지금 이전 글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안 그래도 내가 글을 쓰고 카스와 페북에 공유를 했더니 여러 사람들이 당장에 가정 주부를 때려치우라는 말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 2시간 전에 가정주부는 자신의 선택이며, 아이를 핑계로 시간이 없다는 말은 결국엔 위선이라는 식의 뉘앙스로 댓글이 적혀 있었다. 그 댓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오갔다.


우선 아쉬웠던 것은 글의 전체 내용을 보면 아이가 언급되기는 했지만, 전체 글의 내용에서 일부분이며, 글의 전체 흐름은 집안일에 신경을 쓰는 만큼 내가 배우길 원하는 것에 시간 투자가 어렵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댓글을 다신 분은 아이를 콕 집어서 "자신의 선택인데 그 선택을 빌미로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글쎄요. 아이가 스스로 하게 놔두어도 될 것을 놓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을 가두는 경우도 많아요. 그조차 자신의 선택임에도 마치 아이를 위한 희생한 것처럼요.

아래 댓글을 보면, 이미 나는 마치 위선자가 된 듯해 보였다.



내가 해당 글을 쓸 때는 가정 일을 하면서 자기 계발을 하는데 힘겨움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는데,,, 결국엔 가정 주부는 집안일을 잘하면 당연한 것이고, 못하면 결국 욕먹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을 키운 각자의 어머님도 결국엔 욕먹는 일을 지금까지 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때의 가정주부와 지금의 가정주부는 다르다고 또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서 자신을 위한 자기 계발을 전보다는 용이하게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필자인 나는 올해 상반기에 인터넷을 통해 3개의 자격증을 딴 바 있는데, 경험을 통해서 분명 이전 가정주부와 지금의 가정주부의 환경은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댓글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래도 여전히 욕심이 많다는 것을....

만일 이전에 대학원에서 대학원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원에서 일을 했던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가정주부들에 걸맞은 일에 관심을 두고 재밌어했다면 주부가 억울하다는 글은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나는 이전 글을 쓸 때, 예전보다 더 나은 환경이지만 주부로서 생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집안일을 하면서 자기 계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다. 특히 남자인 내가 가정주부로 살아보니 이런저런 시행착오들로 부딪히는 여러 일로 인해 집안일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일을 하기란 쉽지가 않다는 것을 깨우쳤다.


좀 더 시니컬하게 한 사람의 댓글을 기준으로 볼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난 이전에 했던 일에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집안일보다 밖에서 일하는 것이 더 재밌고 쾌락적이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집안일을 하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말없이 순응하는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동시에 경력단절은 당연한 것이며, 남들보다 퇴보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사실을..


댓글을 보고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내 글에 공감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사회는 가정주부의 역할에 대해 재조명하며 좀 더 나은 길을 제시하려고 노력하는 데 정작 우리나라 사람의 절반은 공감하고 절반은 아직도 반감하고 있다는 것을 넌지시 보여준다.

능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를 하는 바이다.


그래도 이 말은 꼭 하고 글을 마치고 싶다.


모두 인간에게 동등하지는 않지만,

한 인간이 올바로,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성인으로 성장함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특히 어렸을 때 부모 중 한 사람이 항상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밝혀진 바이다.


그리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고사는 크든 작든 부모에게 있으며, 집안일에 관여를 더 많이 하는 사람에게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책임소재를 따져볼 때 내가 주부라면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 가정일이라 생각한다.  사고 나서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 보다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위험으로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이 될 때까지는 케어를 해줘야 한다고 본다. 물론 어릴 때부터 혼자서 살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나 이기적이거나 철저히 개인적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이야기 본질은 다르다. 나의 이야기 본질적 배경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가정이다. 지금 자랑스럽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성인들 모두 어머님(가정주부)의 케어 속에서 살아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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