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서투른

by 공삼

이곳 김해로 이사 와서 처음 맞이하는 여름 방학이다. 그것도 방과후 과정도 쉬는 순수하게 아빠랑 단 둘이 있는 방학을 맞이하고 있다. 방학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날씨는 방학인 줄 알고 참으로 덥다.
이사 오기 전부터 이사 와서 입학하기 전까지 나와 함께 늘 둘이서 지낸 경험이 있지만 그래도 방학은 처음이다. 막상 지내보니 이전과 다른 것은 무지 덥다는 것이다. 날이 더워서 딸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덩달아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것 같다. 딸아이는 궁금한 것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여러 번 물어보지만 가끔은 여러 번 같은 내용을 답해야 할 때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다. 작년 가을부터 봄까지 같이 있었을 때는 그나마 여유로웠다면 더워서 그런지 전과 같지 않다.
오늘은 오전에 출발은 했지만, 결국 더운 점심시간 전에 미술 박물관을 방문했다. 타일 만들기 체험은 별문제 없이 잘 보내고 나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덕에 딸과 나는 재밌게 체험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체험을 나오고 나서부터였다.

체험을 하고 나오는 데 여러 아주머니들이 아이들과 함께 단체로 김밥을 먹고 있었다. 사실 나도 아침에 김밥을 사서 움직이려 했지만 오는 길에 김밥 집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클레이아크 미술 박물관 부근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딸아이가 남들 김밥 먹는 것을 보고 나에게 다그치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아빠 김밥 먹고 싶어요. 지금요.


뭐든지 아빠한테 말하면 금방 뭐라도 될 것이라 믿는 딸아이, 처음에는 나중에 나가서 먹자고 타일렀다. 딸아이는 알겠다면서 나와 함께 본관 전시관으로 이동했지만 잠시 후 또 배고프다며 김밥 지금 먹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전시관은 대충 돌아보고 내려왔다. 내려와서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차로 이동하는데 나도 모르게 한 소리 한다.


아빠가 나중에 다 보고 사준다고 했잖아.
그렇게 배고파?
참을 수 없니?
너~ 막상 먹는다고 해 놓고 많이 남기잖아.
그런 게 한두 번이야?


막상 아이를 뭐라 하고 나니 미안해졌다. 내가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이라도 살 것을 하며 금세 후회를 했다. 오전에 체험공간에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김밥 먹는 모습에 나도 아차 싶었던 게 사실이다. 가지고 온 거라고는 시원한 얼음물 두 통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나나킥 과자 한 봉지뿐이었다. 과자로 달래려 했으나 딸은 먹기 싫다고 했다.
결국 나는 일단 뭐라도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차를 몰고 인근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는 차를 주차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다시 마을로 들어갔다. 다행히 차를 댈 수 있는 편의점이 하나 있어서 주차를 하고 딸아이와 함께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다던 김밥을 찾았으나 딱히 먹을 만한 게 없었다. 대신 삼각김밥과 내가 먹을 김밥 그리고 구운 계란을 구입했다. 차 안에서 먹는데 정말 먹고 싶었던지 딸아이는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잘 먹는 걸 보니 기분은 좋았다.

우리는 다 먹고 또 다른 곳을 물색해서 가야 하는데 주변에 가볼 곳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김해가 생각보다 넓다 보니 주위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부분 논과 밭, 그리고 기업체들 뿐이다. 가볼만한 곳은 있지만 꽤나 차로 이동해야 한다. 가는 건 좋지만 되돌아 올 시간을 생각하면 섣불리 행동하기 쉽지가 않았다.


만일 내가 미리 식사를 준비했더라면 전시관 야외에서 먹고 기분 좋게 관람을 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개인적으로 박물관 같은 전시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유독 아쉬웠다. 그렇게 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냥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자고 하니 그제야 딸아이도 아쉽다고 한다. 날이 더워서 어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하니 집에 가서 김밥을 먹자고 한다. 결국 집 근처로 와서 김밥 집에 들러 김밥 세 줄을 사서 집에 와서 먹었다. 정말 많이 먹고 싶었던지 한 줄이 금세 사라졌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김밥 집부터 들러 김밥을 꼭 사서 가리라. 최선을 다한 다지만 늘 서툴다. 오늘은 서투른 아빠 덕에 혼나고 서투른 아빠 덕에 딸아이도 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미안했다. 어쨌든 더운 여름은 여러 가지 것들을 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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