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기가 싫을 때

아마도 누군가는 이런 소리를 하면 배부른 소리라 꾸짖을 것이라 본다. 그래도 가끔은 잘하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을 때가 있다.

역시나 내 마음의 귀에서는 어느 누군가의 질타 섞인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최근 온라인과 관련한 일을 집에서 재택근무처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원래부터 내가 해 오던 일이 아니다 보니 솔직히 막히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디자인과 관련한 일 경험이 많아서 다양한 툴을 다룰 줄 알고 있으며 그 수준은 어느 정도 고급 수준이다. 그런데 최근 어떤 제품의 상세 페이지를 만들면서 더 이상 일의 진척이 나지 않아 고민이다. 언젠가 이러다 또다시 정상을 찾아가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다. 더욱 실소가 터지는 이유는 전에 비슷한 작업을 정말 많이 하고 잘했음에도 갑작스럽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작업이 매우 더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아마도 신경 써서 하는 일에 비해서 되돌아오는 냉정한 판단과 부족한 대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족한 대가에 대해서는 나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생각에 어느 정도 인정하고, 스스로가 겸손해질 수 있지만 차갑게 되돌아오는 판단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콘셉트 설정에서 콘텐츠 구성, 콘텐츠 제작, 디자인 제작 등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혼자서 처리하고 있는데, 제품 디자인에 대해 바라는 바는 여러 사람들의 입으로부터 나오다 보니 솔직히 지쳐가는 것 같다.  게다가 현재 나는 지속적으로 해당 제품에 대해 블로그를 작성하고 나름 바이럴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아마도 내가 만들고 내가 만족하는 디자인이라면 금세 끝냈을 테지만 남의 눈과 마음에 맞춰야 하는 일에 힘이 드는 것 같다. 전에도 이런 일을 정말 많이 했었다. 주로 대학에서 한국 연구재단에 제출 또는 보고할 대학원 관련 보고 자료나 결과 자료를 만들 때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었던 경험도 있었고, 수많은 대학교수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 본 적도  많았다. 그런 나 자신의 경험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일은 정말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하기가 싫은 마음에  현재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솔직히 이렇게 글로 남기는 이유는 혹여나 글로 남기는 동안 나 자신을 되돌아 볼 때 지금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글을 쓰고 있다.

일단 하기 싫은 마음이 먼저 들고 하기 싫은 마음에 컴퓨터를 켜서 툴을 열어 작업을 하려 해도 여러 가지 쓸데없는 생각에 잠겨 오히려 시간적 비용만 낭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래도....
좀 더 프로라면 아마도 이런 마인드부터 고쳐 먹어야 하겠지?

솔직히 상대의 단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이렇게 무기력하고 의욕을 무너뜨릴 줄은 정말 몰랐다. 물론 상대로부터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면 나 자신의 부족함이 많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도 적어도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들어 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을 해 주었더라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분명 상대는 편하기 때문에, 또는 어느 정도 같이 일을 해서 허물이 없다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한 말이겠지만, 나의 의견을 모두 말하지도 않았는데 도중에 내 의견을 무시하고 딱 잘라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습에 적잖이 서운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정체해 있는 상태이다.

학교에서 10명이 넘는 교수들에게 내가 만든 디자인을 검사받은 적이 꽤나 된다. 그때마다 내가 만든 결과물에 지적을 당하는 경험을 참으로 많이 했었다. 특히, 교수들은 직접 디자인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남들이 잘 만들어 놓은 것들을 수없이 본 사람들이라 자신들이 본 것을 기준해서 늘 그것보다 이상을 바라고 지적한다.

이번에도 어쩌면 이와 비슷한데 잘 극복이 되지 않는다.

이 또한 극복해야 하는데, 아직은 좀 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지긋지긋한 요통에서 해방되고 싶다.
나는 뭔가를 꼭 하기 싫을 때 허리가 아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