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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pr 10. 2021

곰피

아내가 업무상 출장으로 집을 비우게 되었고, 나는 딸아이를 데리고 고향인 울산을 방문했다. 

출발할 때 전화하고 2시간을 달려 고향에 도착했다. 다소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오래간만에 손녀딸을 만나는 부모님 얼굴엔 활기찬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코로나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함부로 방문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전과 같지 않은 삶의 패턴으로 살다 보니 쉽게 고향을 방문할 수가 없었다. 가정주부로 살다 보니 계속해서 집안일이 우선이었던 것이 변명이라면 변명이랄까. 


그렇게 갑작스럽게 울산 고향집을 방문하였고, 두 분이 드시고 싶다는 것을 시장에서 구입하여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그런데 밥상에 올라온 음식 중에 유독 눈길이 가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 


4월, 5월이 되면 동해 바다에서 채취하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인 "곰피"였다. 

아마도 출발하기 전에 울산 집에 간다고 전화를 했을 때, 그 소식을 듣고 85세의 어머니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시장에서 곰피를 사다 무치셨던 것 같다. 


나에게 어머니의 곰피 나물은 참으로 반가운 음식이다. 밥보다 곰피 나물을 좋아하는 나는 젓가락을 들어 곰피 나물을 크게 집어 먹기 시작했다. 상당한 양으로 무치셨지만, 어느새 반 정도가 내 뱃속으로 사라졌다. 음식을 먹으면서 줄어드는 모습을 신경 쓰는 몇 안 되는 음식 중 하나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오래간만에 마신 소주 덕에 얼큰하게 취했고, 그렇게 방으로 이동해서 잠을 청했다

새벽에 목이 말라 잠시 일어났는데,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멍하니 어두운 밖을 쳐다보았다. 어두운 밖의 모습은 곰피의 어두운 색을 닮아 있었고, 맛있게 먹었던 곰피 나물이 떠올랐다. 힘든 몸을 이끌고 아들에게 먹일 거라고 곰피를 사러 간 어머니 모습이 상상되었다. 


투박한 생김새는 한 없이 모가 나고 거칠어 보이지만, 곰피는 그 어떠한 해초보다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가졌다. 그리고 된장 양념으로 무쳐 놓으면 그 어떠한 산해진미보다 끌리는 매력을 가졌진 것이 흡사 어머니 모습과 닮아 있었다. 


85살의 어머니가 50살이 된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오직 아들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정성을 다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바뀐 것이 있다면, 50살이 되어 전보다 더 날카로워진 내 모습일 것이다. 


곰피 나물은 어쩌면 나에게 있어서 마음 한 구석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마법의 음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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