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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Nov 22. 2020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나 가능성이다.

일요일 오전 11시 20분경, 아내가 큰 소리로
"오빠,, 나 음성이래"라고 말했다.

너무나 반가운 소리였다. 


아마 나의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우리 집은 아내가 밖에서 일하고, 내가 집에서 가정주부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아내의 직장은 모 연구원에서 일을 하는 연구위원으로 늘 바쁜 사람이다. 최근에 지자체의 요구로 이런저런 연구를 수행하던 중에 확진자를 접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의 연구 과정 중에 FGI와 같은 심층면접을 하는 일이 많은 편이다. 어쩔 수 없이 양질의 내용을 얻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서 면접을 해야만 하는 게 실정이다. 잘 알다시피 FGI와 같은 심층면접을 통해야만 대상자의 속마음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매일 같이 불안했지만,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내용으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연구과제여서 나름 긴장감을 가지고 철저하게 코로나 예방 수칙을 지키며 FGI를 실시했는데, 당시 면접 대상자 중에 3명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로 판명되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확진자들의 역학조사에 아내의 이름이 거론되었고,  이로 인해 아내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금요일 퇴근 전에 아내는 상기된 목소리로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하러 가야 한다면서 전화를 했고, 혹시 몰라서 나와 내 딸도 함께 보건소로 향했다. 아내는 역학조사를 하고 바로 검사를 받았고, 딸과 나는 아내가 확진자로 판명되면 그때 가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통보를 받았다. 


그렇게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그리고 방금 전 일요일 오전까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지역은 수 시간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 주는데, 지금 살고 있는 이 지역은 결과 통보가 늦었다. 아내와 함께 검사를 받아야 했던 다른 지역에 사는 직장 동료들은 토요일 오후쯤에 '음성'이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한다. 기다리다 못해 아내가 직접 토요일에 전화를 해 보니 검체를 늦게 보내서 아마도 결과가 일요일에나 나올 것이라는 답만 받았다고 한다. 결국 아내는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고 하룻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말은 안 해도 가장 불안했던 사람은 바로 아내였을 것이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일요일 오전 11시경에 음성이라는 연락을 받고서 아내는 안도의 큰 외침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측은했다. 저 일을 내가 당해야 하는데 마치 나 대신에 아내가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보건소 측에서 해명하기를 원래는 토요일 밤 9시경에 결과를 통보했는데, 그 연락에서 내 아내의 결과 통보가 누락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바쁘고 힘들어서 생긴 실수이겠지만, 만일 좀 더 꼼꼼했더라면 어제저녁부터 마음을 놓일 수 있었을 텐데 직원의 실수로 14시간을 더 힘들게 시간을 보낸 셈이다. 


평상시 아내는 연구의 특성상 사람들을 만나는 인터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게다가 하루에도 여러 번 여러 유관기관을 드나들며 회의를 한다. 안 그래도 그 점이 늘 마음에 걸렸던 터라 이번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너무나 힘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과연 확진자가 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에서 어떻게 내가 행동해야 할까까지 정말 많이도 걱정했다. 혹여 몰라서 마트에게 가서 1주일치 음식도 사놓고, 만일을 준비해서 어떤 식으로 일처리를 해야 할지도 생각해 두었다.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 11시경까지 정말 긴 여행을 한 듯이 이제 잠이 쏟아지려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를 남의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이번처럼 아내가 밀접접촉자로 연락받은 순간 더욱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 더 강해진 것 같다. 무엇보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이렇게 힘이 들 줄은 몰랐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힘이 드는데, 당사자인 아내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그저 측은해진다. 게다가 연구원 일을 자기 혼자서 많이 하는 상황이 되어 책임감으로 막중한 터라 그 와중에도 일에 대해 염려하는 모습에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구원에서는 아내의 검사 결과를 궁금해하는 전화가 수차례 오고 죄인 아닌 죄인처럼 되어버린 아내를 보고 있으니 너무나 답답했다. 


아내가 양성을 받아서 일을 못하게 되면 연구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를 벌써부터 염려한 셈이다. 물론 조직의 안정된 운영을 위해서 그런 염려는 당연하다고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아쉬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아내에게 연구원 일감을 몰아 놓고, 인터뷰나 설문조사 그리고 각종 회의와 같이 현장에서 일을 하도록 만들어 놓고서는 이제 와서 아내의 부재로 생겨날 피해와 코로나로 인해 연구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용기와 응원을 주지 못할 망정 오히려 연구원에 피해를 주는 죄인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보여서 너무 화가 났다. 아마도 내 아내에게 생긴 일이라서 개인적으로 심하게 왜곡해서 생각하는 것일테다.



자신의 생활이 무분별해서 걸린 코로나 확진자의 경우, 남의 질타를 받을 필요가 있지만, 적어도 올바르게 살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라면 폄하나 편견보다는 따뜻한 한 마디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 


이번 아내의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는 나 자신에게도 많은 것을 물어보는 계기였고, 동시에 아내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제대로 접한 계기가 아닐까 싶다. 

그 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만일 누군가 바이러스에 걸렸다면 적어도 "힘내라"라는 말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왜냐면, 정작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동안 매순간 위험했던 직장 생활 속에서도 철저하게 예방해 준 아내가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아마도 아내는 지금부터 일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밀접접촉자는 장시간 집에 머물러 자가 격리를 해야해서 연구원 출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연구원 부재시 누군가는 아내의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할텐데...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참으로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이번에 가장 확실하게 증명된 바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부터의 예방은 
역시 지켜야 할 수칙과  마스크착용이라 것이다. 
마스크가 백신이라는 말,,,,
이번 기회로 몸소 실천한 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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