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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Feb 08. 2021

가면 범죄자, 안 가면 불효자

제목이 다소 살벌한 느낌이죠?

이번 구정 설로 생긴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은 범죄자가 아니라 살인자 입니다.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인해서 여러 가정들이 난처하게 되었는데요. 저희 집도 매 한 가지입니다.

제 부모님 연세가 80세 후반이고 두 분 다 그리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서 이번 코로나 19 시점에 설에 찾아뵙기가 매우 걱정스러웠습니다.


전화를 해서 안부를 여쭙는데 두 분은 당연히 이번 설에 오는 것으로 알고 계시더군요.

전화 통화를 하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너희 큰 형은 이번 설은 코로나 때문에 못 오고 선물을 보내왔다. 너희는 이번 주에 올 거지?"라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 설날에는 나만 혼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서운해하며 한 소리 하시더군요.


큰 형은 코로나 때문에 못 오는 게 당연하고, 막내인 나는 코로나와는 상관없이 와야 한다는 소리에 적잖이 서운하더군요. 당연히 딸아이를 데리고 모두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화 넘어서 강하게 들렸습니다.

게다가 이번 설만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명절은 내가 챙겼고 큰 형은 거의 내려온 적이 없는데 , 부모님은 마치 늘 명절에 큰 형이 왔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너무나 서운하더군요. 옛날 분들이라서 장남 사랑은 어쩔 수 없다지만 서운함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긴 막내아들 생일은 잊어버려도 큰 아들 생일은 잊지 않으시더군요. 연세가 드셨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이해를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5인 이상 모임을 금하고 있는데, 우리 가족이 가면 정확히 5인 가족이 되어버리는데 솔직히 난처했습니다. 어떤 뉴스를 보니... 불효자는 '옵'니다. 찾아뵙지 않는 게 '효도'입니다 라고 하더군요.


사실...

혹여 내 부모가 코로나에 걸려서 입원이라도 하게 된다면 두 분 다 연세가 있으셔서 상당히 사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즉, 나 때문에, 내 가족 때문에 두 분이 아프다면 이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셈이죠. 모든 원망은 제가 다 듣게 되고 말이죠.

그렇다고 안 가면, 두 분이 늘 하시는 말씀...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책망의 말과 모든 서운함을 큰 형에게 일러주는 두 분을 생각하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형과 저는 10년 차이인데 저보다는 나이가 더 많은 형이 두 분에게는 더 아픈 손가락인 것 같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보다는 서운한 말을 듣는 게 더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설은 저와 제 아내만  예정입니다. 딸아이는 외갓집에 두고 말이죠. 만일 상황을 봐서 심각하다면 저 혼자서 다녀올 계획입니다.

대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따로 방문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은 신 모든 분들에게 새해 인사드립니다. 그리고 모쪼록 현명한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가까운 명절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글은 5인 이상 모일 경우, 과태료에 대한 글입니다.

일반 블로그나 카페에서 언급하는 과태료 부과에 대한 내용이 상이해서 한 번 올려 봤습니다.

https://blog.naver.com/kongsam/222236851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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