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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Feb 24. 2022

혼자라서 나에게 많이 소홀했다.

일을 그만두고 가정 주부 생활을 한지 이제 ~ 음... 바로 생각나지가 않네요. 

대략 4년차인 것 같아요. 

2018년에 계약기간 종료로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전향했고, 얼마되지 않나 코로나 팬데믹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전히 전업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변한 것이라면 개인사업자를 내서 책도 쓰고, 바이럴 마케팅도하는 등 나름의 프리렌서 활동도 하고 있고요. 다행스럽게도 딸아이는 잘 커주고 있고, 제 아내도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죠. 


작년부터 개인사업자를 내고 일을 하기 시작하니 저도 모르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엔 망설였는데, 막상 등록증을 받고 나니 마음이 달라지더군요. 큰 돈벌이는 아니더라도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정도의 일을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작년 한 해 매출건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한 일을 보니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했던 것보다는 적은 소득과 거래처 확보가 미진하다는 점이 늘 마음에 남았죠. 좀 더 내가 더 벌면 더 좋을텐데라는 생각이 앞섰죠. 


여기서부터 제 속에 내재되어 있던 오만과 거만이 다시 기어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오만과 거만이 다시 발현되었다는 것을 느낀 것은 어떤 일을 실패하고 난 뒤에 느꼈습니다. 

사실, 새로운 일을 준비할 때 오만과 거만으로 보이지 않았죠. 그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 온 제 자신의 긍정적인 마음 가짐이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을 대외 활동 없이 혼자 스스로 뭔가를 만들며 결과를 추구했던터라 자연스럽게 더 나은 결과에 대한 확인과정이 결핍했던 것이 저에게 독이 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밖에서 일할 때는 내가 만든 것을 누군가가 확인해 주고 점검해 주며 필요하다면 비판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았지만, 혼자서 일하는 경우, 그런 확인과 점검, 비판은 늘 다음으로 미뤄졌죠. 그 사이에 제가 하는 것이 최상이라 믿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1인 창조기업 입주 신청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서류를 준비하는데 그 중에 사업 기획서를 만들어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름 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아서 사업 기획서를 제출하였지만, 결국엔 떨어졌어요. 그냥 그럴 것이다라고 미리 생각은 해 두었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서운함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선정된 팀의 프로젝트를 보고 저에게 들었던 서운함 감정이 싹~ 사라지고 부끄러움만 남게 되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사업성은 수익에 연결되어야 하는데 내 생각은 그저 남들이 다 생각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남들과의 차별성은 있었지만, 그 차별성을 잘 이해시키지 못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구두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오미크론 때문에 서면평가로 이어지는 바람에 제대로 설명할 길이 없어진 것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사업기획서를 준비하면서 다소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시 말해서 절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절실했다면 더 충실하게 사업 기획서를 작성했을텐데, 좀 더 절실했다면 제대로 알아보고 아예 지원서를 넣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한참동안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옛날 생각이 떠 오르더군요. 

대학 연구소에서 한국연구재단에 신청서를 제출할 때 여러 학생들과 교수들이 함께 하면서 여러 수백차례 신청서를 들여다보면서 한 땀 한 땀 문구를 조정해 가며 매우 절실하게 준비했던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그렇게 해도 선정된다는 보장은 없었죠. 그래도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즐비하니 그 정도 수준에 맞춰서 노력을 해야만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입장이었죠. 늘 치열했었습니다. 신청 마감 10분 전까지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다시 온라인 신청을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저는 그 사실을 잊고 지냈습니다. 이미 지난 과거라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함께 연구하고 일했던 시절이 고맙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추억이라도 저에게 남아 있으니 말이죠. 


여전히 앞으로 혼자서 일을 하겠지만, 

이제 생활 패턴을 조정하여 혼자지만 저에게 소홀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전업주부 생활하면서 프리렌서 활동을 했던 것 모두를 점검하여 제 삶의 패턴을 다시 생각해 볼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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