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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Apr 27. 2022

남성 전업주부의 위치는 어디일까?

방금 전 인터뷰 섭외가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 그래도 인터뷰 섭외가 들어왔지만 성사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아무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하면 하는 거고, 하지 않으면 안 하는 거라 생각하며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안내 문자를 받으니 예를 갖춰주어서 감사했다. 

방송사에서 준비하는 전업주부에 대한 인터뷰 내용은 인권위에 관련된 내용으로 다소 민감한 문제처럼 보였다. 요지는 남성이 전업주부라면 무직으로 분류가 되어 보험 가입할 때 차별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처음 이 같은 내용으로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내 입장과 맞지 않는다 생각해서 내가 적합자가 아님을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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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남성이 전업주부가 되어 보험(무슨 보험인지는 모르겠지만)에 가입한다는 것이 남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궁금했다.

전업주부로서 보험이 필요한 이유를... 

그리고 동시에 남성은 왜? 전업주부로 인정받지 못하고 무직으로 구분되는지도... 

짐작하건대 통상적으로 전업주부는 여성이 일반적이라는 관념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게다가 보험이라는 것은 약관이 존재하는 만큼 법적인 절차가 필요한데, 당시 약관을 만들 때 남성 전업주부라는 계층에 대한 중요성이 덜했으리라 본다.  즉, 시간차가 나은 차별일 뿐, 고의적인 차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해서 인권위까지 진정을 넣을 정도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인권위에 진정서를 넣은 이는 그만큼 보험 가입이 매우 중요했으리라 본다. 


지금까지 약 5년째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나로서는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남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한 셈이다. 5월에 방송이 나갈 예정이던데 미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하는 남성 전업주부

실제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는 나이지만, 전업주부라서 성별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차별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불편보다는 편리하다. 

굳이 여성들 사이에서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남성이라는 성별 차를 두고 그냥 독불장군처럼 집안 일만 잘하면 큰 문제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가 필요하다면 직접 찾아가면 되고, 친구가 필요하다면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시간을 내어 지인을 찾아가서 해소하면 되기 때문이며, 가장 좋은 친구인 아내가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생활을 하면서 생겨나는 보통의 문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법인데, 남성 전업주부인 나는 기존의 전업주부들의 틀 속에 속할 필요가 없어서 사실 편한 게 사실이다. 


일부러 남의 가정사를 들을 필요도 없고, 

일부러 함께 행동할 필요도 없고, 

일부러 함께 힘을 합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나라는 사람은 집안일을 남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싫어한다. 


오히려 함께할 시간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해도 부족한 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굳이 기존의 전업주부들처럼 맞춰서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내가 남성이기 때문에 기존의 여성 전업주부들도 나를 꺼려하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비슷한 전업주부이지만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처럼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생각한다. 


남성 전업주부의 위치는 그것이 아닐까?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요소이다 보니 자연스레 위치를 나누게 된다. 

그렇다면 남성 전업주부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과연 소외되는 계층인 것일까? 

소외가 된다는 말은 대우나 처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뜻이 포함된다. 즉, 차별을 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내가 전업주부를 선택한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간관계에서 소외가 될 것을 생각하고 선택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24시간이고, 내가 어떤 것을 선택했냐에 따라서 기존의 것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소외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제까지 잘 나가던 A 그룹에 속했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A그룹에 속하지 않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서 자연스럽게 A 그룹으로부터 받았던 혜택과 관심이 멀어지다 못해 전무해졌다고 치자. 그리고 그런 모습에 실망하여 차별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떤 모습에 해당될까? 

의외로 사람들은 전관예우와 같은 공짜 점심을 많이 바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속했다가 속하지 않음은 구별이 생겨난 것이고, 그 구별에는 공동의 약속과 그것을 수긍했던 자신의 선택이 있었으며, 그 선택으로 인해 전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현실이지 차별이 아니라고 본다. 즉, 소외되고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개인의 욕심이지 않을까? 


남성 전업주부의 위치는 아마도 기존에 사회적으로 마련한 발판이 없었기 때문에 위치 자체가 모호하다. 아니, 모호하기보다는 아예 위치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래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남성 전업주부의 위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전업주부를 하더라도 짧은 시간을 내어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세상이다. 만일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수익성 있는 일을 하는 전업주부라면 프리랜서라는 직업군이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의외로 전업주부이면서 집에서 일을 하는 프리랜서들이 많다. 그런 프리랜서들은 자신이 가정 전업주부라는 사실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전업주부라는 타이틀은 당연한 것이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자신의 역량을 더 키우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왜냐하면 그들의 프리랜서 활동을 강조하는 것이 자신의 경력을 강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굳이 전업주부를 강조하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전업주부 프리랜서입니다.라고. 

프리랜서로 하는 일이 전문적인 일이라면 힘든 전업주부 일을 하면서 전문적인 일을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능력은 매우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조직에 속하지 않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그런 위치에 있는 능력자가 바로 전업주부 프리랜서가 아닐까 싶다. 


이 글의 제목에 대한 답은 솔직히 모르겠다. 나만을 위한 답은 있지만, 그 답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모르겠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와 버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업주부는 열세의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보완적인 위치에 있는 존재이다. 

흔히 물질적을 봤을 때, 가정 전업주부의 활동이 돈으로 환산되지 않아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일 뿐, 오히려 밖에서 돈을 버는 사람보다 못지않게 집안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역으로 봤을 때, 가정에서 일을 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밖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즉, 가장이 돈을 버는 것이 가장 혼자서 버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어쩌면 남녀를 막론하고 돈이 중요해진 세상에서의 전업주부라는 명칭은 매우 쓸모없어 보이는 허울뿐인 이름이지 않나 싶다. 그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서 개발하고 수익성 있는 활동을 시작한다면 허울뿐인 전업주부라는 이름은 더욱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도 이제부터 나를 이렇게 소개해 볼까 한다. 



저는 5년 차 전업주부이자 프리랜서로 일하는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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