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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Dec 05. 2022

역차별 당하는 내 딸

따돌림에 대한 글은 매우 조심스럽다. 

흔히 따돌림을 하는 아이들보다 따돌림을 받는 아이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따돌림에 대한 글은 늘 논쟁이 뒤 따른다. 


내 딸아이는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고, 
주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친구를 좋아한다. 
그러나 발표를 잘하면 잘난 척한다고 싫어하고, 
주장하는 것을 좋아하면 재수없다고 싫어한다. 
그리고 친구를 좋아하지만 친구가 없다. 
그렇게 내  딸아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이 지옥이다.



현재 10살인 내 딸아이는 여전히 반 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고 있다. 

여기서 집단 따돌림이라고 언급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내 딸아이에 대해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놀 때는 하지 않는 반응을 내 딸아이가 함께 하려하면 날을 세우며 공격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는 한 사람을 대놓고 자신들보다 월위로 두기 위한 행동이라 본다. 



이런 생활이 2학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2년 째인 것 같다. 

기간이 긴 만큼 내 딸아이에게도 잘못이 있으리라 생각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예 내 딸은 괴롭혀도 되는 대상, 열위에 둬도 되는 대상이 된 것 같아서 속이 상한다.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들이 하는 행동은 옳고, 이어서 내 딸아이가 비슷한 행동을 하면 두 세명이 다가와서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일이 비일비제하다. 즉, 여러 명이 딸아이 혼자를 배척하는 셈이다. 


그나마 딸아이에게 행복한 시간은 모둠 활동할 때이다. 단체로 활동할 경우, 딸아이가 가장 발표를 잘 하다보니 다른 아이들이 잘하는 딸아이 덕을 보는 셈이다. 그런 행동이 끝이나면 다시 공격적으로 딸아이를 배척하는 행동이 이어진다. 


사실 이와 같은 문제는 방과 후에도 이어져서 딸아이가 좋아하던 방과 후 과정도 포기했었다. 

대신 학원을 다니도록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학교 안에서는 문제가 일어나고, 학교 밖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담임 선생님이다. 

어차피 아이들은 주양육자의 생활에 따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잘 잘못이나 정당성, 합리성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을텐데... 

여전히 내 딸아이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상당할 때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따님이 다른 아이들보다 어휘력이나 사고력이 뛰어나다보니 다른 아이들이 싫어할 수 있다"라고. 

"그래서 따님을 칭찬하면 다른 아이들이 마음이 상할 수 있다"고. 

"그나마 똑똑한 따님이 참는 게 좋을 것이다"라고... 


이렇게 말한 의도는 잘 알고 있다. 

실제 다른 아이들의 엄마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 내 딸아이를 싫어하는 엄마들이 있다. 

학교에서 딸아이가 주장이 강한 편인데(흔히 잘난 척한다고한다), 딸아이로 인해 비교 당하거나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서 자신의 주양육자에게 내 딸아이에 대해서 불만을 이야기하게 되고, 결국, 그 아이들의 엄마들은 사귀지 말라고 지시한다. 

학교 부근을 지나던 중에 학부모끼리 모여서 내 딸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내 딸아이의 이름과  학급반, 번호까지 언급하며 4명의 아주머니들이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반에 대개 잘 난척하는 기집애가 있는데, 우리 애를 못 살게구나 봐."

"지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 났겠어? " 

"걔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부모가 재수 없겠지"


현장에서 딸아이 이름이 나오니 나도 모르게 전화 하는 것처럼 행동하며 이야기를 엿들었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내 딸아이에게 충격을 받은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주양육자의 언행에 충격을 받았었다. 

그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이 내 딸아이에게 반감을 가지는 확고한 이유가 바로 주양육자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적어도 그 네 명 중에  내 딸아이와 사이 좋게 지내라는 말을 한 사람이 없다는 사실... 너무나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쨌든 크게 문제를 삼지 않으려고 그냥 넘겼지만, 결국에는 내 딸아이만 역차별 받는 꼴이 되었다. 

그래서 잘 지켜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늘 마음이 아프다. 

오늘도 학교를 마치고 영어학원으로 이동 중인 딸아이가 나에게 전화를 하며, 속상한 일에 대해 말을 한다.  

어린 아이라서 금세 친해지겠지라는 생각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전화기 넘어로 들리는 풀이 죽은 딸아이 목소리에 뭐라도 해주고 싶지만, 

되레 잘못된 일로 이어질까하는 생각에 늘 염려만 앞설 뿐.


그래도 내 딸아이는 지옥같은 월요일부터 금요일을 잘 견뎌내며, 

2022년도에 많은 것을 이루었다. 


2개의 동화 구연대회에서 우수상과 동상을 획득했으며, 

스스로 영상을 찍고 동영상 편집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직 미흡하지만 스스로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딸아이가 가장 원했던 친한 친구를 만들지 못했지만 충분히 잘해 준 딸아이를 위해 이번 연말엔 특별한 파티를 준비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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