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타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Dec 16. 2022

토론할 때도 격이 요구된다.

시민 토론자리가 있어서 참석한 바 있다. 

요지는 지역 내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자리였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며 참석자 모두 자신이 가진 생각이 가장 옳은 양 열변을 토하였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누구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꼭 필요한 이야기들... 

그 모든 이야기는 자신에게 영향으로 작용되었던 경험에서 얻어진 것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약 3시간의 토론자리에 참석하면서 내가 받은 느낌은 마치 화장실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남의 이야기도 듣고 자신의 이야기도 하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만 가장 먼저 급하고 가장 중요하다며 마치 용변이 너무나 급한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그리고 한 테이블에 모여 연신 배설을 하는 듯한 분위기... 나도 모르게 양팔을 꼬아서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웬만해서는 그런 자세가 나오지 않는데 나도 모르게 취해지는 자세에 내가 놀랐었다. 

이런 토론 분위기를 꼭 나쁘게 보는 것만은 아니다. 왜냐면 속에서 나오는 말이 더 현실감이 있기 때문에 유용할 때가 많다. 그러나 문제는 절제하지 못하는 데서 출발한다. 


토론자 중에 한 분은 뱃속에 싸아 둔 것이 많았던지 정말 오래, 그리고 줄 곧 강하게 토론이 아닌 토로를 하시던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테이블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토론 진행을 맡았던 진행자가 우리 테이블이 스스로 끊지 못하는 상황일 것 같아서 방향을 전환시켜 강제로 토론 방향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끊어졌음에도 여전히 찔끔찔끔 계속해서 입 밖으로 못한 말, 방금 전에 했던 말 상관없이 나온다.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고 싶다는 듯이.... 



난장 토론장이라고 마련해도 이 정도는 아닌데, 이번 시민 토론회는 우연이지만 보기 드믄 케이스였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울분이 많이 싸였으리라 생각하며 억지로 이해해 보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망쳐버린 토론이 못내 아쉬웠다. 대신 말보다 포스트잇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 큰 종이에 제법 붙였다. 


가장 강하게 모든 것을 쏟아내셨던 분의 뒷모습은 매우 매우 여유롭고 만족도가 가장 높아 보였다. 





처음부터 강한 어조 말하고, 

남과 다른 의견이라하여 공격적으로 취조하듯이 말하고, 

자신이 가장 주도적이고 돋보이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듯이 고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 


나는 내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몇 있어서 잘 아는 편이다. 

이런 사람들은 남에게 지기 싫어하거나 

남보다 뛰어나 보이길 바란다거나 

남에게 피해의식이 많거나 

그도 아니면 남에게 무시를 많이 당했거나 애초에 남을 무시하는 것이 생활인 사람인 경우다. 



그저 자기의 뜻을 주장하러 왔다면 또박또박, 간결하게 주장하면 되고, 그것을 잘 포장해서 의견을 제시하면 그만이다. 시에서 토론장을 마련하는 것은 의견을 듣고 싶어서 마련한 것이지 불만을 해소하라고 마련해 준 자리가 아니다. 물론 대화 도중에 잘못된 점들을 논할 수는 있다. 그래야만 잘못된 부분을 문제 삼아서 새로운 의견으로 제시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왜 거기에 사견을 넘어서서 사심을 담느냐이다.

토론할 때도 격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난장 토론이라고 해도 토론의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가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토론에 참가한 사람의 기본 예절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과 함께하는 자리인 만큼 이타심 결여되면 늘 추한 토론의 장만 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언어능력 저하를 느낀다면 운전을 피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