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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 Jul 21. 2023

평등보다 공평을 원하는 사람들, 그렇다면 적어도

공평했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줘야 한다.


오늘 저는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한 강사 지원과 관련한 심사 발표를 하였습니다.

맨 처음에 지원서를 제출해서 가장 먼저 발표를 하게 되었어요.


오늘 발표가 있기 전에 지원서를 제출했었는데, 어떤 분이 조언을 해 주시더군요.

강사로 지원해서 활동할 경우, 주로 수요층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라서 성인부로 지원할 경우 적합하지 않다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성인부를 신청하였지만, 그 조언을 따라 초중등부로 대상을 변경했었죠.

안 그래도 대상을 바꾸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게 적절한데"라는 생각을요.


그래도 심사 위원들은 저보다 더 나은 전문가이기 때문에 알아서 잘 선별할 것이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떨어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초중등부라고 적지 말 것을 이라는 후회가 들더군요. 그랬다면 성인부 수요가 없어서 발탁되지 않았다는 이유가 생겼을텐데 말이죠.

(제 귀가 팔랑귀였을까요? )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지원은 했지만 막상 결과가 좋지 않으니 조금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아마도 심사를 한 분들은 저의 발표 내용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본 듯합니다.


적어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라면 그 강의에 맞게 준비하라는 지침이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어요. 어차피 주요 수요층이 초중등부가 한정적이라면 성인부를 아예 뽑지 말았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랬다면 적어도 2주간의 고심과 노력을 다른 곳에 할애했을테니 말이죠.


안 그래도 발표를 마치고 질문을 하시던 심사위원장의 말들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 질문은 탐탁하지 않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저도 대학에서 근무할 때 발표 심사를 많이 한 경험이 있어서 그 현상이 이미 익숙했습니다.

어쨌든 질문을 받는 순간 제 머리 속에는 '나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더군요.

그래서 발표를 마치고 나오자 마자 대기자 분들에게 발표 내용과 분위기 등을 모두 말해주었습니다.

어차피 내가 선발되지 않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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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에겐가 들은 이야기지만, 지속가능발전과 관련하여 초중등부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선생님들은 주로 여성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아마도 초중등부를 대상으로 강의하기에는 덩치가 큰 남자보다 여성들이 더 적합할테니 말이죠. 그런데 어쩌면 이런 것 또한 선입견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17개 목표에서도 나와 있듯이 성평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만일 초중등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덩치크고 무서워보이는 남성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 여성들을 뽑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성평등을 위배하는 결정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전재되었다면 남성은 늘 성적 우위에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동시에 배척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과 동일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지속가능발전과 관련한 일을 하면서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 중 성평등이라는 목표를 이해하지 않은 셈이죠. 어쩌면 머리로 이해는 했지만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증거일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형국이 염려스러웠습니다.


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정작 열위에 놓였다고 판단하는 성이 우세라고 생각하는 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말이죠. 솔직히 그런 모습은 평등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평등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평등을 실천하지 않는 모습이죠.




오히려 공평이라면 이해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사실 평등과 공평은 늘 이데올로기의 중심에 놓인 이슈이기도 하죠.


평등해야 할까? 공평해야 할까?


그래도 분명한 것은 평등은 보편적 가치를 두기 때문에 큰 문제를 만들지 않지만, 공평은 적어도 공평해야 하는 이유를 말 해야 하고 상대를 설득시켜야 하는 의무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오늘의 결과가 공평 차원에서 결정된 것이라면 적어도 그에 합당한 사유를 말해 주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적어도 공평성을 염두하고 아예 처음부터 '우리는 이런 대상으로 강사를 뽑으니 대상을 염두하여 발표자료를 구성해야 한다'든가,  말이죠. 아니면, 만일 초중등부를 대상으로 강사를 선발하는데, 남자보다 여성이 아이들에게 우호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여성만을 선발한다라고 말을 했다면 좀 더 명확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솔직히 겉보기에는 제가 발표 능력이 너무 모자라서 떨어진 듯이 보일 수 있어서 오래간만에 자존심이라는 것이 상하더군요. 그런데 어찌 생각해 보면 그렇게 자존심을 내세울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지속가능발전 강사가 되었더라면 오히려 제가 가진 학습자료만 다른 강사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는 꼴을 맞이하게 되었을테니 말이죠.


원래는 제가 만든 강의자료나 영상자료를 지속가능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공유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의 계기로 마음이 바꼈습니다. 혼자서 열심히 공부해서 만든 자료를 평등하게 남들에게 공유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오히려 공평하게 공유하는 것이 더 옳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복심리가 아니라, 평등과 공평에 대한 차이를 세삼 알았기 때문입니다.


평등하게 제공되는 정보는 당연히 쉽게 얻게 되는 정보라서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평하게 제공되는 정보는 상대의 입지에 따라 제공되는 만큼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여도가 요구됩니다. 그러므로 나의 선심이 제대로 좋은 효과를 보려면 평등보다는 공평성에 힘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정보를 입수하는 사람에게도 더 좋은 효과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떨어진 사람으로 구구절절 말이 많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좀 더 명확한 지침이 있으면 좋겠다. "


그리고 저 같이 무섭게 생기고 덩치가 큰 남자라면, 더욱이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인물이 아니

라면 지속가능발전과 관련한 강사를 지원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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