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동안 가정주부의 역할은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죠.
아이를 낳고 기르는 모든 행동을 여성이해야 하는 모습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져왔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꼭 여자여야만 할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오래전에도 아내가 없이 아빠가 아이를 키운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죠.
인류학적으로 남성이 강하고 여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집안에 머물며 아이를 생산하고 양육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관습처럼 여겨졌고, 심지어 여성 스스로도 당연시했었죠.
하지만 산업구조가 바뀌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며 남성처럼 동등해지면서 점진적으로 사회가 변화되었고 구성원의 역할도 바뀌었죠. 그리고 최근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생활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에 대한 차별화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성역활은 여전히 제자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요?
개인적인 사유일 테지만, 저의 소견으로는 관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사람과 관습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갈등이 큰 이유라 생각해 봅니다.
흔히 시스템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많은 갈등과 고통이 뒤 따르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시스템은 시대에 따라 변화기 마련이죠.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점이 과도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것도 사람이 변화하는 속도보다 사회가 더 빨리 변화하는 과도기인 거죠. 사람은 만족이라는 포인트에서 게을러지며 정체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회 변화는 절대 정체하지 않는 법이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금의 이 과도기가 매우 거추장하고 불편스럽겠지만, 지난 20세기 후반대를 돌아보자면 가정에서의 남녀 성역활의 변화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사회 변화 속도는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사람들이 지녀온 관습의 변화는 매우 더디다는 점이죠.
흔히 기득권처럼 인식되었던 가부장적인 요소는 더욱더 변화를 싫어하죠. 옛날의 아버지들은 밖에서 일하고 들어오면 집안에서는 왕처럼 군림했었죠. 그리고 그 모습은 그대로 유전처럼 이어져서 지금의 아버지들도 그 관습을 그대로 이어지길 바라는 게 속 마음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편하기 때문이죠.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회 변화 속도에 맞춰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같은 가정 일은 누군가의 전유물처럼 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결혼을 했을 텐데, 결혼해서 누군가는 군림하고 누군가는 군림하는 사람을 받들어야 한다면, 그 결혼은 서로를 위한 결혼이 아니라 한 사람을 위한 결혼 생활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아이를 전적으로 육아하는 것을 숙명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결혼을 해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생산하여 노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1차 산업 시대의 경우, 자식은 또 하나의 노동력이었기 때문이죠. 가장 염려되는 것은 이런 관습이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이유들 중에 지금까지 말한 부분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사랑해서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모든 삶의 무게감이 여성에게 주어지게 되는 상황을 과연 선뜻 좋아할 여성이 몇이나 될까요? 그리고 변해가는 사회 속도에 비해 버려야 할 관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정상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저출산의 또 하나의 원인, 풍족한 문명을 누린 우리 시대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