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타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삼 Feb 09. 2024

남성주부 입장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명절 풍경

이번 설에 해외여행을 가는 국민이 100만 명이라고 한다. 명절 때 해외로 가는 국민들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매번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전통 명절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차례를 꼭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명절이라면 의례히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며 살았던 세대에 걸쳐 있는 나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쓸모없는 사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사회가 변했으니 명절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함께 해외에서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면 사실 나도 그리해 보고 싶은 게 속 마음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명절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내지 않더라도 명절 음식을 만들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집들도 많이 존재한다. 명절 전에 마트에 가면 여전히 차례음식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게 우리 사회의 일면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과 다른 모습의 명절 풍경을 접한다.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많아지다 보니, 생겨나는 새로운 풍경이 아닐까 싶다.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는 사람들은 개인 시간이 많아지니 모처럼 시간을 이용하여 자신의 친구나 지인을 많이 만난다. 


내 아내의 지인들 중 몇몇은 전처럼 차례상을 마련하고 가족들이 두루 모여 명절을 지내지 않다 보니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한다. 그래서 모처럼 명절에 내려오면 내 아내와 함께 지내길 바라는 경우가 많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친구 사이라서 당연하다고 생각을 한다. 더욱이 매번 내 아내를 챙겨주는 친구들이니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명절 차례를 지내는 우리 가정의 경우, 그 시간을 따로 내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명절 차례 음식은 여성이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때 부모님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특별한 일이 있어서 아내는 친구를 만날 수 있고, 나는 처갓집에 가서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본가 차례상 음식을 준비한다. 


어찌 보면 이런 풍경이 낯설지는 않다.  집안일이 여성의 전유물이었을 당시에는 반대로 남성들이 지인들과 함께하고 여성들은 음식을 장만했으니 말이다. 


세대와 사회가 변함에 따라 양태와 양식이 변화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뭐든 손쉬운 법인데, 아직까지 그 모습을 경계하고 싫어하는 세대가 공존하다 보니 가끔은 불협화음을 낳는다. 

사실 아내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내가 대신 음식을 장만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신경 쓰인다. 결국엔 융통성 있게 처신해야 하는 내 과제만 하나 더 늘은 셈이다. 


이미 명절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은 명절에 예속된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것 같다. 하긴 상대의 마음을 배려해야 할 의무는 없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명절 이후에 연휴를 이용하여 친구와 만나서 회포를 풀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를 닮은 기업의 ESG경영 실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