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에 대한 원인으로 생각하는 두 번째 사유는 바로 풍족한 문명과 돈입니다.
문명이 발달되고 그것을 향유하고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질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죠. 하지만 문제는 풍족해진 사회 문명을 누리면서 사람은 의존적이게 되고, 편함에 길들여지게 되고, 동시에 그 편안함을 더 누리고자 이기적이거나 배타적인 부정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내가 누리는 환경에서 삶을 습득하게 되고, 습득과정에서 나만의 생활 모습이 만들어갑니다.
사람은 분명 동물과는 다른 인지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높은 지능을 통해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동물과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면 욕심을 가졌다는 겁니다. 특히 욕심 중에 적어도 남들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욕심인데요. 이런 욕심은 외모지향적인 사회에서 많이 발견되죠.
친구가 외제차를 몰면 적어도 자신도 중형차를 몰아야 하고,
누군가 명품 가방을 들고 오면 적어도 그에 준하는 가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되기 싫은 거죠. 이런 이야기가 출산하고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들 하겠지만,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고 만족감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생활이 몸에 체화될 정도로 삶을 살아왔다면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족을 만들게 되면 부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던 여성의 경우,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겨나고, 자신만의 시간을 아이에게 투자해야 하며, 친구들과 만나서 좋은 시간을 전처럼 보낼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자기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만큼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생겨나며 인생의 즐거움을 모조리 빼앗긴 것처럼 느끼게 되죠.
남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마치고 동료나 지인들과 술자리를 마음대로 마실 수 없고, 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고, 집에 가면 내 아버지 시대와 달리, 편하게 쉴 수도 없습니다.
솔로였을 때 모두 누렸던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상실감을 맛보게 되고, 그로 인해 가정생활에 대한 실망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부부에게는 연예하고, 사랑하고, 예물을 주고받으며 남들이 다하는 결혼에 대한 이상적인 것만을 바랬을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부부들이 모두 그렇지는 않죠.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꺼려하는 이유를 언론에서 접하면 이런 식으로 내용이 정리되더군요. 어쩌면 저출산의 결과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문제겠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자신의 삶을 버려야 한다는 불편성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해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세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책임을 그쪽으로 두려는 말이지 근본적인 정답은 아니라는 거죠. 솔직히 아이를 교육하고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지금입니다.
게다가 어쩌면 지금의 세상은 굳이 아이를 낳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더욱더 출산을 꺼려하는지도 모릅니다.
향유할 것들이 많은 만큼 자신에게 소비되는 금전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죠. 요즘 시대는 저축보다는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는 시대라고 합니다. 그만큼 사용할 만큼 사용하고 투자를 통해서 금전적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소비 심리일 겁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다르죠.
자신에게 쓰기보다는 함께 써야 하고, 투자보다는 저축을 생각할 때입니다. 저축이 어렵다면 적어도 최대한 절약해서 살아가야 하는 생활이죠. 특히 아이에게 교육이 필요한 시기에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다 보면 결혼은 득 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게 사실이죠.
즉, 자신의 욕심과 만족을 위해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가족이란 예약된 지옥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렇기 때문에 여성은 돈이 많은 남성을 또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성을 원하고, 남성은 돈 많은 여성을 또는 계속 일하려는 여성을 원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마지노선과 같습니다. 적어도 이런 조건이 성립되면 어느 정도 자신을 위해 소비할 수 있고 가족도 지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이런 모습을 탓하거나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죠.
자신들에게는 올바른 삶의 모습인 만큼 틀리다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 결혼식 풍경을 보면 '결혼식 성혼 선언문'을 하지 않는 결혼식도 있다고 합니다. 성혼 선언문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서로를 위한 '배려', '행복', '지혜' 이죠.
어쩌면 선언문 자체가 새로운 세대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들이 살아온 삶에는 자신을 위한 행복은 있었어도 서로를 위한 '배려'나 '지혜'는 큰 덕목이 아니었을 수 있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