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기사로 가는 길 - 3일차
주말을 너무 잘 보낸 탓일까?
수업일로 세 번째 맞이하는 아침, 직업 학교로 가는 동안 불안함과 의구심이 앞서기 시작한다.
과연 내가 제대로 선택한 것일까?
너무 급하게 선택한 것은 아닐까?
열심히 한다고 한들 과연 내가 해보지 않았던 일을 잘 해 낼 수 있을까?
좀 더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결정할 걸 그랬나?
머리 속은 질문의 연속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직업학교 주변을 맴돌아 복잡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수업시간이 되어 출석카드를 찍고 교실로 향했다.
정시가 되어 수업은 시작되었고, 수업 내용은 지난 주 2일 보다 다소 복잡한 내용이었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께서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하셔서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는 없었다. 다만 생소한 단어가 머리 속에 쉽게 들어오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과연 이 수업을 들어도 되는 걸까? 다시금 용기 없는 의구심이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어 건물을 나와 챙겨온 도시락을 먹고, 달콤한 믹스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이번엔 쏟아져 나오는 의구심을 억누르고 그냥 장점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기회 비용 차원에서 분명 내가 손해보는 일은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 하지 않으면 다음엔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설득을 했다.
벌려 놓은 일이 많은 게 사실이다.
김해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활동도 해야하고,
올해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 컨퍼런스도 준비해야 하고,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발제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생활문화센터에서 저녁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해야하고,
마산대학교 온라인 강의도 해야하고,
시민자치 모임인 엘타 모임도 해야하고,
독서 모임 활동도 해야하고,
최근 새롭게 들어간 김해시 먹거리보장 시민위원회 활동도 해야하고,
원래 했던 온라인 마케팅 관련 일도 해야하고,
김해시 SNS 서포터즈 활동도 해야하고,
CEO아카데미에도 참가해야 하고,
딸아이 학교 6학년 학부모 대표 활동도 해야하고,
딸아이 생활도 신경 써야하고,
집안 일도 가정주부로서 수시로 해야하고,
요즘 많이 힘들어하는 아내도 살펴야 하고,
본가 부모님도 신경 써야 하고,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직업학교에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전에 계획했던 일들이 간섭을 받게 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신경이 쓰였다.
복잡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오후에 부탁 받은 자료를 위해 이것 저것 서칭을 하는 데 뜻밖의 이야기를 접한다.
미국에서 국민화가로 불리는 모제스 할머니에 대한 내용이다.
75세에 그림을 시작하고 80세에 생애 첫 전시회를 열었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된 분 이야기였다.
그분이 남긴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말씀 1
사람들은 늘 내게 늦었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사실 지금이야말로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에요.
진정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말씀 2
그림 그리는 일은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아주 즐거운 취미가 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천천히 하세요. 때로는 삶이 재촉하더라도 서두르지 마세요.
말씀 3
삶이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항상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나니 며칠간 날 괴롭혔던 의구심이라는 녀석이 사그라졌다.
어쩌면 나에게 지금 이 시간이 내가 추구해야 할 시간이고,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내 선택에서 이루어진 것이니 망설임은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부족해도 마음 만큼은 서둘지 않고 흔들리지 않아하는 것이 지금 내가 선택해야 할 가장 현명한 솔류션일 것이고, 직업교육으로 인해 생겨나는 기회비용은 더 소중한 선택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겪어야 할 것이다.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불안과 의구심은 이제 확신이 되었다.
내일은 오후 수업만 있으니, 오전에 도서관에 가서 용접관련 서적을 빌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