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지나 9월을 바라보는 시점의 7살 딸아이는 점점 커가고 있음을 지켜볼 수 있다.
전과 달리, 모든 행동에 자신의 편익을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지만 신기하다. 나도 저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커가면서 스스로가 경험하고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옳지 않은지를 분별해 나가겠지?
바람이 있다면, 자기중심이 아닌, 이미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참고하는 딸로 컸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혼자서 아파트 단지에 있는 키즈카페를 자주 간다.
하루는 키즈카페에 같이 가려고 했는데 딸아이가 "이제 가세요"라고 했다.
왠지 섭섭함이 있었지만, 내가 없어야 놀기 좋은가 보다 싶어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혹시 다른 집 아이들은 엄마랑 같이 오는데 아빠라서 싫은가?
아빠가 뚱뚱해서 싫은가?
등등
마음이 복잡했다.
아이는 잠시 후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왔다.
생각은 많았지만, 그냥 배고플 아이를 위해서 저녁을 준비하고, 우리는 그렇게 식사를 했다.
그다음 날, 나는 딸에게 물어봤다.
"딸, 다른 친구들은 엄마랑 같이 있는데, 우리 딸은 아빠랑 같이 있어서 별로야? "
"아니요 좋아요"
"아니, 솔직히 이야기해 봐, 뭐라 하는 거 아니야"
그제야
"네 조금 그런 것도 있어요"
벌써부터 아이는 자신이 대답이 상대에게 기분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러지 말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다음 날,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며칠 전 키즈카페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해 주었다.
요지는 키즈카페에서 춤을 췄는데 거기에 있던 아주머니들과 오빠들이 잘한다고 칭찬해 줬다는 거다.
결국 밖에서 춤을 췄던 모양이다.
그제야 딸아이가 키즈카페에 오지 말라는 이유를 알만했다. 물론 어제 나눴던 대화에서 밝힌 이유도 이유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남들 앞에서 춤추는 걸 아빠가 싫어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오지 말라 한 것 같다.
아무래도 좀 더 자유로운 상황에서, 다시 말해서 자기가 선택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놀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단편적이다면
아이의 생각은 나보다 더 커 있었다.